요즘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막론하고 영화계의 화두는 '가족'이다.
올 초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거세게 휩쓸고 간 영화계에 작고 소박한 이들 가족 영화의 잇단 등장은 봄을 맞이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9일 개봉할 새영화 '저지걸'(Jersey Girl.케빈 스미스 감독)도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어린 딸을 그린 가족영화다.
특히 할리우드의 소문난 커플이었지만 최근 결별을 선언한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 커플이 부부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올리(벤 애플렉)는 한때 뉴욕에서 알아주는 홍보 담당자. 그는 돈과 명예 그리고 매력적인 커리어우먼 거트루드(제니퍼 로페즈)까지 얻으면서 뉴욕에서 가장 성공한 남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영화가 이런 장밋빛 인생만 있으면 재미가 없을 터. 감독은 그에게 딸(라켈 카스트로)을 주는 대신 돈과 명예, 사랑하는 아내까지 빼앗는다.
결국 올리는 젖먹이 딸과 함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뉴저지로 가 환경미화원으로의 새삶을 살고, 여기에 새로운 여자(리브 타일러)가 등장하는데….
이쯤 되면 영화는 뻔한 얘기에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일보다 가족'이라는 할리우드의 케케묵은 슬로건에 충실할 뿐. '제이 앤 사일런트 밥', '도그마', '체이싱 아미' 등 미국 독립영화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케빈 스미스가 메가폰을 잡았지만 그다지 신선한 시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아마도 그의 비주류적인 고집과 독창성이 주류 상업영화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쉽게도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마겟돈' 이후 다시 만난 벤 애플렉과 리브 타일러의 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반가울 것 같다.
벤 애플렉은 이 영화에서 액션이 아닌 드라마 배우로서의 재능을 한껏 보여주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뽀사시'한 화면처리로 인간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를 선보였던 리브 타일러가 평범한 인간으로 환생했기 때문.
여기에다 새로운 아역 배우 라켈 카스트로의 몸서리치는 깜찍한 연기는 지난 2002년 '아이 엠 샘'의 다코타 패닝을 생각나게 만든다.
영화는 그런 대로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호화판에 가까운 조연들의 등장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윌 스미스, 제이슨 빅스, 제니퍼 로페즈, 맷 데이먼, 제이슨 리…. 조연급들로만 몇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조연들의 연기는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상영시간 103분, 15세 이상 관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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