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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칼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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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찍 출근해 더 늦게 퇴근한다. 신호 대기 중인 차안에서 거래처에 연락하고 지하철에서는 노트북을 두드리며 한 손으론 사무실에 전화를 건다'.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가 고임금, 복지 혜택을 누리며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일컫는 '화이트칼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980~90년대 미국 호황의 뒤편에서 벌어진 화이트칼라의 노동착취를 폭로한 신간 '화이트칼라의 위기'(질 안드레스키 프레이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는 어찌 보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의 말이 나올 정도로 전쟁터 안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화이트칼라도 예외가 아닌 것.

정리해고는 일상화됐고 임금은 폭락했으며, 통신기기의 발달로 '7일 24시간 대기'라는 초인적 상황에 처한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화이트칼라들. 정녕 누가 화이트칼라를 죽이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화이트칼라들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고 말한다.

'말 잘 듣는 게 최고'라는 생각은 노동조건의 악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절한 대안을 발견할 수 없다. 저자가 권하는 해결책도 초라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가 수많은 직장인들을 인터뷰해 얻은 생생한 '현장성'은 독자들에게 한가지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해준다.

붉은 신호등만 켜지면 휴대전화에 손이 가는 사람, 주말에도 e-mail을 체크하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 왜 자꾸 바빠지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고민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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