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내사랑이야 어허둥둥 내사랑이야
이리 보아도 내사랑 저리 보아도 내사랑
우리 둘이 사랑타가 생사가 하이 있어 한번 아차 죽어지면
너의 혼은 꽃이 되고 나에 넋은 나비되여
이삼월 춘풍시의 네 꽃송이를 내가 앉어
두나레를 쩍벌리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니가 날인 줄을 알려무나"
'사랑가'가 광한루 기둥을 울리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 앞에 목마르긴 누구나 마찬가지. 수백년 전 성춘향이 사랑의 여신으로 승화돼 아직도 덧칠되고 인구에 회자되니... 봄볕을 이고 꽃들이 우리네 산하를 아기자기하게 수놓더니 남원엔 몽실몽실 사랑이 돋아난다.
꽃과 사랑은 봄의 영원한 테마. 꽃으로 열린 봄은 비로소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지만 삶 또한 사랑이 있기에 즐겁지 아니한가. 이 봄에도 수많은 청춘남녀가 사랑을 속삭일터. 밀애의 장소가 남원이라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여우비처럼 쏟아졌다 금새 그치는 사랑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달 4일부터 '춘향제'가 펼쳐지는 예향 남원(南原). 올해 74회째인 춘향제는 '사랑의 도시' 남원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남원은 지금까지 연세 지긋한 사람들이 한번쯤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젠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도령과 춘향의 애틋한 연정이 서린 광한루만 떠올린다면 오산. 지금 남원은 성춘향의 일대기를 재현해 놓은 춘향테마파크 등 색다른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문화체험
남원관광의 제1코스는 뭐니뭐니해도 광한루원(廣寒樓苑.사적 303호)이다.
1만5천여평 부지에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오작교.완월정.춘향사당.월매집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곳곳에 잔디가 조성되어 있어 도시락을 먹으며 산책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광한루는 조선 세종 때 황희 정승이 건립한 정자로 성춘향과 이몽룡이 첫 인연을 맺은 곳. 오작교는 세조 때 남원부사 장의국이 놓은 다리로 부부가 밟으면 금실이 좋아진다는 전설로 각각 유명하다.
특히 광한루는 지난해 3월 보수공사를 통해 더욱 실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정자와 다리, 연못과 나무들이 나무랄 데 없이 조화를 이뤄 운치가 그만이다.
요천(蓼川)수를 끌어들여 만든 연못에는 1m에 가까운 비단잉어들이 뻐꿈뻐꿈 주둥이를 내민다.
여행객들이 먹이를 주는 곳이 주로 오작교이다 보니 잉어들이 오작교 밑에 몰려있다.
광한루원을 나와 차로를 가로지르면 요천을 건널 수 있는 아치형 다리인 승월교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의 자랑은 광섬유를 이용한 무지개분수 터널과 은하수를 연출한 야경. 다리 양옆으로 물줄기를 쏘아올리고 오색빛깔의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리 중간지점에는 하트 모양의 불빛도 그러져 그야말로 '사랑의 다리'가 된다.
승월교를 건너면 바로 남원관광단지.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곳은 관광단지내 '춘향테마파크'다.
다음달 4일 춘향제에 맞춰 문을 열 예정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세트장 주변 3만2천여평 부지에 조성된 춘향테마파크는 모두 145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대형공원. 조선 중기의 관아와 옥사, 주막집 등을 갖춘 춘향촌과 시장거리.춘향폭포.판소리공원.민속촌.토산품 판매장 등 다양한 테마촌들이 들어서 있다.
관아에 올라서면 남원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만들어진 테마 모형들도 볼거리. 무엇보다 '맹약의 단'이 눈길을 끈다.
연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 이곳에서 서약을 하면 은은한 판소리가 흘러나오게 만들어져 있다.
남원시관광발전협의회 소속 문화해설사 5명이 남원관광단지 입구에 대기, 도움을 청하는 관광객들에게 구석구석 안내한다.
063)633-5353.
◆흥미만점인 이색체험
△경비행기 체험=남원 시내에서 순청.곡성 방향 17번 국도를 따라 10여분을 달리다보면 오른편에 자그마한 비행장이 보인다.
일반인들이 경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한양항공에서 운영하는 경비행기로 주로 비행교육에 쓰이지만 평소 때는 관광비행도 병행하고 있다.
'제네시스'로 불리는 2인승 경비행기가 고도 150m, 시속 120㎞로 남원일대를 10분간 비행한다.
요금은 3만원. 날씨만 좋다면 월요일을 제외하고 언제든 체험할 수 있다.
063)636-4760.
△딸기체험장=비행장에서 17번 국도를 따라가면 도로 양편으로 딸기농장들이 나온다.
딸기는 남원이 자랑하는 특산품 중 하나. 수많은 농장 중에 황대연(46)씨가 운영하는 딸기농장은 일반인들이 '딸기따기'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곳. 7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들어가면 특허를 받은 양액재배방식의 딸기가 빼곡히 매달려있다.
어른 5천원, 어린이 4천원만 내면 마음껏 딸기도 따고 먹을 수도 있다.
향긋한 향을 품으며 빨갛게 익은 딸기들이 싱그럽다.
직접 딸기를 팔기도 하는데 딸기체험 가족에겐 특별히 싼 가격에 공급한다.
대개 5월말까지 딸기체험을 할 수 있다.
016-485-1612.
맛집=남원관광단지내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게중 국립민속국악원 맞은편에 있는 석천회관은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백반을 시키면 20여가지 각양각색의 반찬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된장이 옛 시골맛 그대로여서 입맛을 한껏 자극한다.
구수한 숭늉 또한 일품이다.
디저트로 새콤한 냉오미자차가 나온다.
1인분에 5천원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063)633-2563.
가는길:88고속도로→거창→함양→지리산→남장수→남원IC→남원 시내
*내달 4~8일 '74회 춘향제'
다음달 4일부터 8일까지 광한루원과 남원 일원에서 '제74회 춘향제'가 열린다.
이 기간동안 대표행사인 춘향선발대회를 비롯해 명창.명궁 퍼레이드, 민속씨름대회, 천연염색체험, 레이저쇼 등 풍성한 행사가 펼쳐진다.
또한 바래봉과 봉화산 철쭉제도 함께 열린다.
특히 '세계허브산업엑스포'도 함께 개막돼 갖가지 허브들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기에 맞춰 남원을 찾는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 나들이가 될 듯 싶다.
남원시 문화관광과 063)620-6547.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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