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으로 갈아입은 아름드리 나무와 화사하게 차려입은 꽃들, 그 사이에서 고풍스러운 멋을 한껏 뽐내고 있는 남산동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성 유스티노관. 최근 신세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권상우, 하지원이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신부수업'(허인무 감독) 촬영 현장을 지난 24일 찾았다.
성당이라는 다소 엄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영화라서 그런지 촬영현장은 일반적인 영화현장과는 느낌이 달랐다.
게다가 실제 신학대생들이 대거 엑스트라로 출연했으니 그 미묘한 분위기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 갸우뚱거리는 고갯짓 하나에도 영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촬영장은 수백명의 열정으로 불을 뿜었다.
이날 촬영신은 신학교 미사 장면. 모범 신학대생인 규식(권상우)이 미사를 하던 중에 날라리 신학대생 선달(김인권)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지르는 장면. "자~ 슛 가겠습니다.
레디 액션~". 검정 수단에 흰 중백의(주일 미사때 입는 옷)를 걸친 권상우가 성합을 들고 등장했다.
그 뒤를 따르던 김인권이 구두끈에 밟혀 갑자기 '우당탕' 넘어진다.
"컷~". 대사도 전혀 없는 비교적 간단한 설정이지만 NG가 빈발한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햇빛을 잘 보여주기 위해 성당 안에 커피 원두를 태운 연기를 가득 집어넣은 탓이다.
곧이어 대부분의 배우들이 콜록거리며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간다.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속이 따가울 정도예요". 권상우의 푸념대로 이날만큼은 '신부수업'이 '연기수업'으로 불릴만 했다.
"연기가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 불난 것 같잖아. 조금만 빼고 한번만 더 갑시다". 허인무 감독의 말에 엑스트라들은 자꾸 손목시계로 눈이 간다.
신학대생의 좌충우돌 삶을 그린 영화라는 얘기에 출연료(?)도 반납하고 봉사하는 그들이지만 오전 6시부터 수시간째 같은 장면만 찍는데 질린 모양이었다.
허 감독은 "빡빡한 촬영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대구가톨릭대 신학대생들의 열의에 놀랐다"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엄숙한 예비사제 생활과 코믹함을 대비시켜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할 영화를 만들 참"이라고 말했다.
부활절인 지난 11일 크랭크인한 허인무표 로맨틱 코미디 '신부수업'은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과 왜관 낙산성당 등 지역에서 영화의 80% 가량을 촬영한 뒤 오는 8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글.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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