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시아나 항공 예천지점이 철수하면서 지난 일년간 운항과 휴항을 반복하며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을 애태웠던 예천공항은 결국 개항 15년만에 완전히 문을 내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텅빈 주차장과 셔터로 굳게 닫힌 출입문, 인기척 끊긴 공항 신청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준공과 함께 용도를 잃게 되는 비운을 맞은 것은 정부의 무모한 지방공항 육성책 때문.
예천공항은 공군비행장을 이용, 지난 89년 개항했다.
이후 97년 건교부가 총사업비 389억원을 투입해 예천군 유천면 매산리에 연간 100만명 이용 규모의 여객터미널과 여객기 계류장을 갖춘 신청사를 2002년말 준공했다.
그러나 신청사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던 2002년 5월과 8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앙고속도로 개통 영향에 따른 만성적자를 이유로 주력 노선이던 서울~예천간 노선을 폐지해 예천공항의 암운을 예고했다.
유일하게 남아 명맥만 유지한 아시아나항공 예천~제주간 노선도 온전히 운행되지 못했다.
그 해 8월 노선유지 조건으로 항공사측이 경북도와 공항 인근 4개 자치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다.
이후 4개월 뒤 신청사가 준공됐으나 아시아나항공의 예천~제주 노선은 보조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휴항하기 일쑤였고, "무엇을 하려고 신청사를 지었느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다급해진 경북도와 인근 자치단체는 보조금 지급안을 만들어 항공사와 어렵사리 합의점을 도출한 뒤 경북도의회에 예천~제주간 노선 운행적자 보전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경북도의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정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유사 사태가 연발할 우려가 있다며 보조금 지급안을 부결시켜 예천공항 살리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20일까지 예천~제주 노선 휴항에 들어갔던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건교부에 노선폐쇄 신청을 하게 됐고, 건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항공사측은 "예천~제주 노선의 적자폭이 연간 19억여원에 달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고 탑승률도 10~15%대에 머물러 노선폐쇄 결정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항공기와 승객이 사라진 공항청사에는 시설물을 관리하는 공항공사 직원과 건설교통부 항공국 소속 직원 몇명만이 남아 있다.
민간공항의 생명은 사실상 끊겼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예천공항 신축과정에서 틈만 나면 내걸었던 내륙 고급 교통수단을 이용한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육성의 청사진을 믿었던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없이 크다.
예천공항의 승객감소 원인은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내륙 교통여건이 개선된 것이 결정적이다.
예천공항 신청사와 중앙고속도로 준공이 맞물리는데도 그같은 교통수요 관계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겉치레 정책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김재홍(金在洪) 예천군 부군수는 "공항용도로는 잘 지은 건물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경비행장 유치 등 청사를 적절히 활용할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했다.
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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