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가네 춘천 막국수집

메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손 반죽한 뒤 국수틀로 눌러 뽑은 면발을 끓은 가마솥 물에 바로 익혀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던 막국수. 복잡한 조리과정이 없어 메밀 주산지인 강원도에서는 긴 겨울밤에 밤참으로 즐겨 먹었다. 이런 막국수가 특히 메밀제분의 중심지였던 춘천에서 명성을 얻으면서 막국수 앞에는 으레 '춘천'이 따라 붙게 됐다.

수성구 상동 우방 팔레스(옛 정화여고 자리) 바로 맞은편 '이가네 춘천 막국수'집. 본고장 춘천과 대구에서 막국수만을 고집해온 주인 이승희씨가 20여년의 노하우를 갖고 쫀득쫀득하고 담백한 메밀 맛을 살린 막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대뜸 "원조 막국수는 메밀과 전분을 6대4의 비율로 섞어 손반죽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씨는 "처음 개업을 하고 본고장 막국수를 제공하였더니 손님들이 모두 원조 맛이 아니라며 믿질 않았다"고 밝혔다. 원조 막국수는 메밀 함량이 많아 면발이 훨씬 부드럽다. 그런데 이미 쫄깃한 면발 맛에 길들여진 대구사람들에게 본고장 막국수를 제공하자 너나없이 손사래를 친 것. 할 수 없이 메밀과 전분 비율을 4대6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쫄깃한 면발 맛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손님 구미에 맞춰 재료 비율을 바꿨지만 재료의 질마저 양보할 수는 없었다. 전량 춘천에서 국산 메밀가루를 들여온다.

"시중에서 파는 일부 막국수는 삶은 뒤 찬물로 헹굴 때 물이 뿌옇게 됩니다. 그만큼 불순물이 많다는 증거죠." 그러나 이가네 막국수는 찬물로 헹궈도 그 물이 맑고 면발도 동동 뜬다. 이렇게 해서 건져 낸 면발을 큰 대접에 넣고 20여가지 재료를 버무린 양념장과 잘 삭은 열무김치, 냉면 무김치를 얹고 동치미 육수로 마무리해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 때 양념장에 들어 간 재료는 모두 익혀서 혼합한 것들이다. 양념 특유의 맛을 숨기고 막국수 본래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 냉면 무김치는 메밀의 독성을 중화하고 소화를 돕는다.

"막국수는 메밀 맛을 제대로 내야 한다"는 이씨는 면을 뽑아 삶는 시간이 막국수의 맛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삶는 시간이 길면 면이 퍼지고 짧으면 면이 굳는다.

막국수는 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린 후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새롭다. 추운 영서지방에서 자란 찬 성질의 메밀이 열을 내린다. 계절 별미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혹여 양이 적을라치면 빈대떡 한 접시를 곁들여도 좋다. 두 음식은 찰떡궁합이다. 한 그릇 4천원. 예약문의:053)763-3121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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