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15대 대기업 총수들간의 청와대 회동은 긴장감 속에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당초 예정된 시간은 2시간이었으나 커피브레이크까지 곁들이면서 1시간 15분이나 초과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진지하고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고 전했지만 간담회는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직무복귀 후 밝힌 대국민담화를 통해 시장개혁 등 제2의 경제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뒤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재계쪽에서는 노 대통령이 밝힐 시장개혁조치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래선지 재계총수들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회동은 탄핵정국 해소뒤 노 대통령과 대기업간의 화해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보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특히 대기업총수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공헌기금 조성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투자확대를 위한 정부의 세제지원책을 요구하는 수준의 건의는 있었다.
이에 반해 노 대통령은 거듭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재계의 인식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국민들이 상황을 올바르게 볼 수 있고, 또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위기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무리한 정책을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후유증이 남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출자총액제한, 투명성 지배구조가 쟁점화 되고 있는데 이는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끊임없는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시장투명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세계적 추세이고, 이론적 뒷받침도 있으며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다만 한꺼번에 갑자기 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어 지난 해 마련한 시장개혁 3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발언 가운데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회적 책임의 나눔의 경영을 추진하겠다"면서 "소모적 다툼을 끝내고 화합, 상생하는 식으로 국가운영이 됐으면 한다"며 화합과 상생을 강조한 반면 LG 구본무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LCD산업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건의를 한 것이 두드러졌다.
수도권에 대규모 LCD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구 회장은 "수도권에 보유중인 토지가 있을 경우 R&D센터 건립이 허용되면 좋겠다"고 말했고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기술개발분야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 대통령과 대기업대표들과의 회동에는 삼성, LG, 현대차를 비롯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한 15대 상위그룹 회장들과 강신호 전경련회장,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김재철 무역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계 대표 1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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