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카페 '대구야생화동호회'

'바위떡풀, 참개별꽃, 개구릿대, 금새우난초, 좀꿩의다리…'.

정겹고 소박하지만 우리에게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는 야생화들 이름이다.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어도 풀과 꽃의 이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던가. '잡초'로 통칭되는 우리 주변의 작고 고운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 벗으로 삼는 이들이 있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대구야생화동호회(cafe.daum.net/tgflower)'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인터넷 ID도 모두 꽃을 닮아 있다.

금난초, 봄길, 애기별, 쑥부쟁이 등 ID가 유난히 정겨운 공간이다.

온라인 회원은 500여명에 이르고 오프라인에 참가하는 회원들은 100여명 선. 유치원생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엔 야생화 탐사를 나선다.

매달 네 번째 일요일은 제법 멀리 탐사를 나서고 둘째주 토요일엔 팔공산 수태골 생태탐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문경 황장산에 다녀왔고 6월엔 태백, 7월엔 남해 금산, 8월엔 강원 계방산 등 전국을 다니며 이들의 탐사길은 여느 등산길과는 다르다.

"추억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고 발자국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십시오"라는 커뮤니티 첫 화면처럼, 자연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발걸음이기에 늘 조심스럽다.

첫째, 셋째 일요일엔 야생화 재배를 위해 만나기 때문에 실제로 거의 매주 만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동호회가 마치 가족같은 분위기라며 자랑한다.

인터넷 ID를 애기별로 사용하는 한 회원은 야생화 탐사길에 7세, 9세된 아이들도 동행한다.

아이들은 소풍 가서 친구들에게 산에 핀 꽃 이름을 설명해주고 그림을 그릴 때도 꽃 이름을 일일이 붙여, 관찰력과 인내력 등이 키워져 교육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대호(ID 잡초)씨는 "야생화는 수수하면서도 화려한 것이 특유의 멋"이라고 말했다.

"원예화에는 화려함밖에 없지만 야생화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맛이 있어 좋아요. 특히 이들을 카메라로 찍으면 야생화 자체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지요".

동호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은 '걸어다니는 식물도감'으로 불리는 박창규씨(ID 쑥부쟁이). 매주 탐사길에 동행해 동호회원들에게 식물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전달해준다.

덕분에 커뮤니티에는 주변 야생화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은 우리 주변에 별꽃, 미나리아재비, 이질풀 등이 피어있다고 한다.

직접 탐사길에 나서기 힘들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하기만 해도 동호회원들이 직접 찍어 올린 꽃사진들이 많다.

또 야생화에 대한 다양한 읽을거리들도 많아, 금세 야생화 마니아가 될 수 있다.

야생화 동호회는 올 여름엔 백두산 야생화 탐사길에 나설 예정이고 곧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는 등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야생화와 만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꽃보다 사람냄새가 더 많이 나는 모임"이라는 어느 회원의 말처럼 이들 커뮤니티에선 야생화같은 소박한 향기가 난다.

동호회원들은 "야생화를 바라보고 사람들을 만나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어요". 동호회원들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 : 주말이면 야생화 탐사에 나서는 대구야생화동호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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