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동전과 은행

지난달 내한한 헨리에타 포어 미국조폐국장은 "동전은 경제적 수단일 뿐 아니라 교육적 수단"이라며 동전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이 담겨있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훌륭한 학습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25센트짜리 동전의 경우 앞면에 있는 조지 워싱턴을 보며 정직과 리더십을, 뒷면의 오크 트리(떡갈나무) 그림을 통해 미국의 자유와 독립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일선 학교에서는 동전을 수업자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동전으로 역사 경제 금융은 물론 제조와 경영 분야까지 이야기를 풀어내며 화폐 이상의 효용 가치를 창출해내는 미국에 비하면 우리는 기껏 동전치기 쌈치기 등 심심풀이 놀이용으로, 또는 점치는 수단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 대조적이라고 할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전이 화폐 본질적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혀 있거나 돼지저금통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이라면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음료수 자판기회사 직원이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대한민국에서 동전은 더 이상 통화가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은행서 동전을 받지 않아 동전 부대를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같은 사정은 자판기업체뿐 아니라 시내버스 등 동전이 주수입원인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동전을 부대째 무게를 달아 처리업자에게 수수료를 주고 팔아 넘긴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돈은 안되고 일손은 많이 들어' 취급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감독원은 "동전으로 예금을 할 경우 은행이 거부할 순 없으나,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줄 의무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량의 동전 예금에 대해 "한가할 때 오라"며 거부하거나 달갑잖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공적자금으로 살아남은 은행들에게 '경영합리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은행 행태는 방만 경영 즐기다 큰돈 떼이고 엉뚱하게 만만한 국민들, 서민들한테 화풀이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수수료 챙기기도 그렇다.

현금인출기 이용, 자기앞수표 발행, 어음수표책 발급 등 처리하는 웬만한 일에는 수수료를 붙이고 또 수시로 크게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은행들은 실적저조이거나 적자다.

대단한 CEO인양 평가받는 행장들의 푼돈 챙기기.VIP 우대하기식 경영합리화의 결과가 그렇다.

은행은 사기업과는 달리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어린이의 꿈이 담긴 작은 동전 하나를 귀하게 여기는 은행이 좋은 은행이다.

정녕 동전 헤는데 비용이 더 든다면 행장의 스톡옵션을 풀어 해결하는 것도 경영합리화의 한 방법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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