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살다보니 종종 결혼주례를 하게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결혼이 백년가약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상실한 듯 가약을 쉽게 깨고 결별하니 주례하기가 두렵다.
그래서 나는 결혼주례를 부탁하면 미리 신랑과 신부를 만나 차 한잔 나누며 대화를 한다.
새 가정을 이루기 위해 좋은 꿈과 생활철학을 가져라. 가정의 행복한 삶은 두 사람이 사랑과 이해로 창조해야한다.
경제적 부는 근검절약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인격과 인품을 닮으며 자라간다.
온가족이 마음을 활짝 열고 살면 화목한 공동체가 된다.
그리고 사랑과 행복한 가정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얼마전 예식장에 주례 차 갔다.
식장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떤 시장 같이 웅성웅성 시끄럽다.
주례자대기실이 없어 앉을 곳을 찾던 중 북적대는 인파 중에 한복으로 단장한 분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옛날에는 차양을 마당에 치고 멍석을 넓게 폈다.
가족과 친척들, 동네사람들이 모였다.
사모관대를 쓰고 혼례복장을 한 신랑이 늠름하게 등장하고 예쁜 족두리와 화려한 한복차림을 한 신부가 대반들의 보조를 받으며 입장을 하면 동네에 덕망 있는 주례자가 엄숙하게 전통혼례식을 시작한다.
그때의 가약은 시한이 일백년이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종업원의 안내로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역시 소란스럽다.
나는 준비된 성혼선언문 낭독과 주례사를 간절한 마음으로 말했다.
축하 객석에는 혼주들만 자리하고 축하객들은 듬성듬성 앉고 대부분 여기저기 변두리에 모여 서서 소곤소곤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백년가약의 중요한 예식인데 신랑, 신부가 주례자의 말을 잘 들을 수 있겠는가? 결혼예식장은 엄숙하며 성스러워야하고 축복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축하객들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두다 백년가약의 증인들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지도편달자가 되어야 한다.
혼례식장이 호화찬란하고 축하객이 많은 것도 좋다.
그러나 축복과 격려가 더 중요하다.
축하객들이여, 축의금 접수로만 축하할 것이 아니라 새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진정한 축하객들이 되시기를…….
전경홍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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