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이후 건설업체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건설업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분양원가 공개를 포기한다는 방침이 흘러나오고 대통령마저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힘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보다는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적이라며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쟁점
▲자유시장 원리 침해 여부=건설업계에서는 기업의 적정 이윤 추구를 위해 시장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지방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 수도권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미분양 등으로 인한 손실도 만만찮다는 것. 결국 수도권에서 번 돈으로 지방에서 보는 손실을 메우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분양가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주택공사 등 공기업도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 건설에서 보는 손실을 마찬가지로 보전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주택을 시장에 의해 공정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일반 공산품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의 주도권을 공급자인 건설업체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지난 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물가 상승률은 매년 한자리 수에 머물렀는데 분양가는 매년 수십%씩 오른 것만 봐도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건설업체의 시장 지배를 제한할 이유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공개의 명분과 방법=업계에서는 분양원가도 기업의 영업상 비밀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건축비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시행자, 지주, 시공자, 분양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적정 원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대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는 단순히 원가 내용을 숫자로 공개하는 것은 영업상 비밀 공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법 해석과 법원 판례, 원가 공개를 통해 건설업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또한 미완성 주택을 사전 분양받아야 하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더 합당하다고 이야기한다.
▲개발 이익의 귀속=시민단체에서는 분양가와 시세의 차액을 건설업체와 분양자 중 누구의 몫으로 돌리느냐를 따졌을 때, 소비자에게 귀속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시세 차익을 줄 경우 부동산 투기를 부르고 궁극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과 시장 침체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택지개발지구에 공급하는 중소형 아파트에는 무주택 서민만 들어가도록 하고 전매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두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해 시행과 시공사 단일화, 택지 분양 및 전매 규제 등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왜곡된 건설산업의 프로세스 개선과 택지 분양제도 보완 등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득이냐 실이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위한다는 목적은 양측 모두 내세운다.
서로가 득실을 얘기하지만 공감하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결국은 제도 보완이 관건으로 등장한다.
우선 원가를 공개해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내려갈 경우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할 것인가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프리미엄만 높아져 주택 가격은 높아지고 다시 기존 주택 가격을 높이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업계의 폭리라는 문제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우려일 뿐 투기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갖추면 결국은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업계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사실상의 분양가 규제가 부실 건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원가를 일정 수준에 묶어놓으면 업체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품질 좋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없게 된다는 것. 오히려 가격 자율화를 통해 주택 품질 향상과 공급 확대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분양원가 공개는 건축비와 토지비에 대한 것이므로 아파트 분양에 관련된 다단계 구조를 무너뜨리면 건설업체도 안정된 이윤을 기대하며 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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