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학습의욕을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많다.
6월2일 전에는 평가원 모의고사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니 단기적인 목표가 사라지고 긴장이 풀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온 학생은 그래도 좀 덜하지만,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학생은 몸과 마음이 더욱 피곤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잊고 싶어 잠만 청하는 학생이 많다.
그런데도 학교와 가정에서는 '쉬지 말고 공부하라', '자지 말고 공부하라'며 수험생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수험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단순히 여름의 더위나 졸음이 아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대한 만큼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데서 오는 자신감의 상실과 무력감, 좌절감이 최대의 문제다.
이런 상태에서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이 없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수험생 자신도 문제를 혼자 속에 넣어두고 끙끙 앓기만 해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조언과 충고를 구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죽음에 이르는 병, 만성피로
A군은 최근 계속 피곤하다.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해서 정규수업과 보충수업 등을 받고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한다.
그 이후 학교에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와서 밤 1시까지 공부하고 잠자리에 든다.
3, 4월에는 이런 생활을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는데 5월 중순 이후에는 밤낮 없이 잠만 쏟아지고 하루 종일 힘이 없다.
0교시와 심야 자율학습이 폐지됐다고 하지만 피로한 것은 변함이 없다.
사정은 다른 학생도 거의 마찬가지다.
학급 학생 중 상당수가 아침부터 졸기 시작해서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성피로에 젖어있다.
A군은 "하루 종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집에 옵니다.
그런데 이빨을 닦고 세수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쏟아지던 잠이 다 달아나 버립니다.
공부를 좀 하거나 꾸물거리다 보면 1시가 넘는 게 보통이고 2시 이후에 자는 날도 많습니다.
요즈음 등교 시간이 좀 늦추어졌다고 해도 아침 6시 30분 전후에는 일어나야 하니 온전하게 자는 시간은 4시간 남짓 밖에 안 됩니다"라고 했다.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석달 이상 지속되었으니 어지간한 의지나 체력을 갖고 있지 못한 학생은 만성피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 고3 담임은 "해마다 이 시기는 절반의 수험생이 입시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시점입니다.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그럭저럭 참고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이라고 해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라고 말했다.
담임 교사는 학생과 함께 생활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고 만성피로의 증세가 있으면 주중에 하루 정도는 일찍 집에 가서 푹 쉬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부모 K씨는 아들이 고3 때 가장 신경을 써서 챙겨 준 부분이 잠이라고 말한다.
가능한 한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고 아이 방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신도 잠자리에 누웠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재우기 위해 아침에 밥도 등교하는 승용차 안에서 먹게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평균 6시간 정도 자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만성피로는 학습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의욕과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지금쯤 가정에서도 수험생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보아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라
아직도 수험생은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또 그렇게 강요를 한다.
이는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잘 논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얼마나 '오래'보다는 얼마나 '집중'해서를 중시하는 학생들이 대체로 성적이 좋다.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이 중시되는 수능시험에서는 더욱 그렇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 잘 노는 학생보다 성적이 안 좋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왜 그럴까? 일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은 공부를 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공부 외적인 취미나 건전한 오락에 몰두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한 가지 일에 더욱 몰두할 수가 있다.
주말 한 나절 정도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나 비디오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 오락 등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주말에 운동이나 짧은 여행을
수험생이 너무 지쳐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면 학생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주말에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하게 해 보면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공부에 바치고 있지만 투자에 비해 생산성은 형편없다.
어느 한 쪽으로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사고도 편협하고 융통성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관리 능력도 없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국어과 교사는 언어영역 때문에 고민을 하는 수험생들에게 주말에 산에 가라고 한다.
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멀리 들판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는 것이 하루 종일 교실에서 언어영역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정 시간 책에 몰두했다면 그 만큼의 빈 시간이 있어야 습득한 지식이 자기 것으로 머리 속에서 제대로 정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숲과 나무를 번갈아 보아야 사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치와 같다.
또한 적절한 육체적 활동을 할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가장 잘 해소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모의고사와 같은 시험을 치를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여드는 증세를 심하게 느끼는 학생은 그 원인이 운동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의 최종 승부는 마지막 한두 달에 결정된다.
이 때 체력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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