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혹은 학원이나 이웃집에서 영어책을 술술 읽어가는 아이를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학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떻게, 어느 정도 학습을 시키면 아이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일.
이 경우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파닉스(phonics) 교육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시켜야 할 지, 얼마나 필요한 건지, 어떤 교재를 써야 좋을지 답답한 것 투성이다.
파닉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과 적절한 시기,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본다.
◇파닉스란
영어의 발음과 스펠링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영어는 80% 이상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발음된다.
따라서 이 같은 규칙만 익히게 되면 읽기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미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때문에 영어를 제2의 언어로 배우는 어린이에게 유용한 측면이 있다.
◇과연 필요한가
파닉스 교육은 읽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 즉 독해력을 기르는 데 기초가 되는 부분이므로 이를 강조하는 교육방법이 많다.
나아가 읽기와 쓰기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쓰기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파닉스가 읽기를 위해 발음을 조합하는 것이라면, 철자법은 단어의 발음을 조각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철자법의 패턴을 익히는 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교육의 현실을 제시하며 파닉스의 필요성에 대해 신중론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미국의 경우 1920년대부터 파닉스가 학교 교육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떠올랐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파닉스 중심의 영어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점차 반대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정확한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읽을 줄 안다고 진정한 읽기 능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경우 자녀에게 파닉스를 배우게 하더라도 여러 가지를 충분히 고려한 뒤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읽기와 쓰기, 문법 등을 따로 떼지 않고 통합시켜 공부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은 학부모들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언제 시작하나
파닉스 교육 지지자들은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생길 때, 이르면 이를수록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른 시기에 체계적으로 파닉스 교육을 받게 되면 단어를 더 정확히 인식하게 되고 독서력과 독해력, 철자법 등에서 뛰어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교사들이나 경험 있는 학부모들은 얘기한다.
무의식적으로 읽게 한다고 의미를 아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
영어 철자법에 관심이 생기고 우리말의 의미와 연결시키는 능력이 되는 단계에서 시작하면 훨씬 빨리 받아들인다고 한다.
또한 영어 글자를 익히는 순간부터 회화능력의 향상 속도가 떨어지기 쉽고, 파닉스 자체가 활동적인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 된다고 지적한다.
한 학원 강사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영어 발음의 기본 규칙을 익히는 데 1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6학년생은 단 1개월에 마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조기 파닉스 교육의 효율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어떻게 가르치나
영어 교육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지만 파닉스 역시 부모가 먼저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알파벳을 정확히 알고 발음할 수 있어야 아이들도 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알파벳부터 익히도록 할 필요는 없다.
알파벳을 몰라도 발음이나 읽기는 할 수 있다.
어린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글자 읽기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그림과 단어를 함께 보여주고 자주 읽게 함으로써 나중에는 글자만 보고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영어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 글자 읽는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영어책을 많이, 골고루 읽어줄 필요가 있다.
동화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 등 다양한 종류를 읽어줘야 한다.
이때 쉬운 책, 중간 수준의 책, 어려운 책을 섞어가며 읽어주는 방법도 유용하다.
파닉스 교재나 학습지를 구입한다면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재나 학습지 가운데 수준 미달의 내용이 적잖이 발견된다고 한다.
특히 괄호 넣기와 줄긋기가 계속되는 교재는 피해야 하고, 단어 공부에 중점을 두는 교재도 영어교육 초기에는 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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