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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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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유전학 분야의 과학자로 일하다 어느날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에 입산(入山) 해 티베트 승려가 된 아들 마티유 리카르. 프랑스 한림원 정회원이며 현대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인 아버지 장 프랑수아 르벨. 너무나 대조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평생 평행선을 그으며 살 것 같았던 두 사람이 히말라야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열흘 동안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책으로 펴냈다.

무신론자로 아들의 갑작스런 출가를 당혹스럽게 여기는 아버지와 전도유망한 과학자의 길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아들의 대화는 "왜 히말라야로 가게 됐느냐"에서 출발해 인간 삶에 관한 진지한 토론으로 확대된다.

부자는 육체와 정신, 자비와 비폭력, 선과 악, 삶과 죽음 등 철학, 종교적 문제뿐 아니라 안락사, 인종갈등, 유전자 복제 등 현대적 쟁점들까지 넘나들며 심도있는 대화를 이어간다.

대화는 주로 아버지의 비판적 질문에 아들이 풍부한 비유로 답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아버지가 피력하는 유한성의 철학과 종교적 이상을 간직한 아들의 불교 철학은 서로 수렴하기도 하고 때로는 분산되면서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아들인 마티유 리카르는 "생물학과 물리학이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형성에 관련하여 놀랄 만한 지식을 낳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지식들로 행복과 고통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또 출가전 위대한 철학자나 예술가, 시인을 만나고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사귀었지만 '저것이 내가 진정으로 열망하는 모습인가'란 의문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이어 가르침과 현실에서의 삶이 일치하고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가져오는 불교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새로운 삶의 방편으로 손색이 없었으며, 승려가 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삶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양과 서양, 삶과 사상, 휴머니티와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혼란의 시대에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서구에서 불고 있는 불교열풍과 맞물려 '승려와 철학자'는 프랑스에서 6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16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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