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못믿을 한국의 밥상

지구상에서 한국 사람들처럼 먹는다는 표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한국 사람들은 음식물에만 먹는다는 표현을 국한시키지 않는다.

가시적인 것에든 불가시적인 것에든 먹는다는 표현을 적용시킨다.

나이를 먹는다.

더위를 먹는다.

뇌물을 먹는다.

사랑을 먹는다.

감동을 먹는다.

정기를 먹는다.

겁을 먹는다.

욕을 먹는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음식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사람들은 날개를 가진 것이라면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을 수 있고 다리를 가진 것이라면 책걸상을 제외한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아직 발효에는 미치지 못하는 일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기본 음식들은 거의가 발효(醱酵)를 이용한 음식들이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발효는 효모.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에 의해서 유기물이 분해되는 작용을 말한다.

발효는 부패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패는 부패균에 의해서 단백질 및 유기물이 유독한 물질과 악취를 발생하게 되는 변화를 말한다.

발효는 대체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부패는 대체로 건강을 저해하는 직용을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최근 발생한 쓰레기 만두소 사건으로 심하게 속이 메슥거리는 기분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이런 사태를 유발시키는 것일까. 간단하다.

내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네가 죽는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가 이런 사태를 유발시킨다.

쓰레기 만두소는 부패된 음식이지 발효된 음식이 아니다.

부패된 양심을 가진 인간이 부패된 음식을 만들고 발효된 양심을 가진 인간이 발효된 음식을 만든다.

어떤 인간이 불특정 다수에게 유독성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일종의 살인행위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법률은 그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자비로운 처벌을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면 네가 죽는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를 가진 인간들이 활개를 치면서 살아간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음양오행(陰陽五行)에 기저를 두고 발달해 왔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합리적인 면에서는 다른 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맛에는 오미(五味)가 있고 색에는 오색(五色)이 있다.

그것들은 각기 오기(五氣)를 내포하고 있으며, 오장(五臟)에 상생작용(相生作用)과 상극작용(相剋作用)을 일으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선조들은 그런 특성을 고려해서 음식문화를 발달시켰기 때문에 밥상이 곧 약상(藥床)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밥상은 약상이 아니라 독상(毒床)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석회를 첨가한 두부, 염색한 고춧가루, 농약을 뿌린 콩나물, 항생제가 투여된 돼지고기, 광택제를 바른 과일들. 이런 음식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독살의 위험을 감내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로서는 유해식품을 식별해 낼 재간이 없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직접 농사를 지어서 먹는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한국 사람이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품목은 욕이다.

인간은 도덕성을 상실할 때 욕을 먹게 된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면 네가 죽는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를 가진 인간은 욕을 먹어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 대부분이 욕에는 강한 내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국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예수는 누구든 죄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치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죄를 저지른 자를 용서하라는 의미로 그 말을 사용했지 재발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그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어떤 죄인은 자비에 의해서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죄인은 자비에 의해서 인간말종(人間末種)이 되기도 한다.

인간말종을 만드는 자비는 결코 진정한 자비가 아니다.

불량식품을 판매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이라면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소리가 나올 때까지 두들겨 패도 무방하다는 의견에 망설임 없는 한 표를 던진다.

이외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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