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역 하반기 부동산 경기 전망

땅값과 건축비 등 각종 주택건설원가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그동안 "집이 안팔리면 분양가를 내리지 않겠느냐"며 막연하게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양가가 더 이상 내릴 기미가 없자 "지금이 내집 마련을 위한 호기"라고 판단, '관망세'에서 '사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15~17일 순위청약자에 대한 계약 이후 18일 예비당첨자를 상대로 계약을 마친 LG건설의 '상인 자이(646가구)'아파트는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작년 10월) 이전에도 보기 드물었을 정도의 높은 계약률을 나타냈다.

초기계약률 90%를 달성, 작년 9월의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 아파트 이래 주택업계에서 첫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는 신규 분양시장을 포함한 주택시장이 하반기엔 어떻게 형성될지 전망해본다.

◆기존 주택시장

지난 1999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온 아파트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2006년까지 침체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금융.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FAS는 최근 '2004년 이후 아파트시장 중.장기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수요감소 및 공급과잉, 경기 불투명, 금리인상 압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등으로 인해 2006년까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집 부자'에 대해서는 보유세가 합산과세로 바뀌어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연내에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택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합산과세가 시행되면 재산세의 누진세율 구조로 인해 세금부담이 평균 1.5~2배, 최고 5~9배까지 증가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구매심리와 구매력이 감퇴하고, 초혼연령 상승, 출산율 저하 등 사회현상에 따라 가구분화 속도가 둔화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최근 2년 간 집중 착공에 들어간 물량이 입주하는 2005년 이후엔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을 포함한 주택의 절대공급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금리가 오르면 투자수익형 부동산의 내재가치가 하락, 투자자들이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을 선호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모기지론이나 일반대출을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이같은 영향 등으로 인해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대구의 기존 아파트 시세는 안정,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수요보다는 공급이 초과되는 현상이 나타면서 헌집이 잘 팔리지 않아 전세물량으로 전환되면서 역전세난이 발생하는 데다 보유세 중과를 우려, 3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두 채를 제외하고 매물로 던지면서 매매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무튼 아파트 매매시장은 작년에 일부지역에서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나면서 생긴 가격거품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즉 지난 1년간 수성구 20.4%, 동구 12.5%, 달서구 11.8%. 서구 8.9%, 달성군 7.8%, 북구 6.0%, 남구 5.3%, 중구 4.4% 등 평균 11.0%나 오른 대구 집값이 올들어선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어 과연 종착역이 어딘지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수성구의 경우 과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단기간에 높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거래된 물량들이 정부의 각종 규제와 대책들에 의해 매매시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전세시장으로 돌아서면서 전세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매매 및 전세시장은 개발이슈가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하락 할 것"이라며 "공급과잉에 따른 이같은 현상은 본격적인 이사가 시작되는 올 겨울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분양

대구에서는 하반기에 일반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작년에 미분양 물건을 상당량 남겨뒀던 주택업체들이 최근 달서구 '상인 자이'아파트 분양을 시작으로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기미를 보이자 주택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융자, 이자후불제 등 갖가지 특전을 제시하며 '미분양물건 떨기' 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작년에 땅을 사뒀던 업체들이 '상인 자이' 후광을 기대하며, 앞다퉈 분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주택업체들은 "땅값을 비롯한 건축에 필요한 인건비, 자재비 인상과 함께 각종 건축규제 강화에 따른 원가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격을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라, 경기가 호전될 경우 분양가를 올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요자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분양가 인하를 기대하며 결정의 시간을 늦췄던 실수요자들이 희망을 접고, 청약대열로 하나 둘 합류하는 분위기이다.

주택업체들은 올 하반기에 달서구와 수성구, 동구, 북구 등에서 1만2천71 가구를 신규 분양할 예정으로 관련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다 동구 신암동 '건영 캐스빌' 등 작년에 미분양된 상당수 물량도 신규 분양물량인 것 처럼 마감자재를 고급화하거나 분양조건 완화 등으로 화장을 고치고, 새로 선보이고 있어 실제 신규공급 물량은 1만5천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상복합.오피스텔

신규로 사업승인을 받아 올 하반기중에 공급할 예정으로 있는 물량은 현재로선 없다.

지난 3월말 분양권 전매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주상복합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데 이어 6월부터 오피스텔 건축규제까지 대폭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주상복합이 분양권 전매가 안되는 데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주상복합아파트보다는 일반아파트를 선호하는 지역의 분위기 때문에 위험이 뒤따른다고 판단, 주택업체들이 신규사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입주를 앞둔 모 주상복합의 경우 프리미엄(웃돈)이 '제로(0)'상태에 이르러 주상복합의 가치판단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아파트만도 홍수여서 주상복합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올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대구지역 재건축시장에도 미동이 일 전망이다.

대구의 경우 개발이익환수제 대상지역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 하지만 작년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를 결정한 아파트 단지의 그동안 건설원가가 너무나 많이 올라 시공사들이 계약이행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실제 시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성구 황금동 '수성 우방1차'아파트의 경우 조합측이 현재 도시계획상 3종 20층(당초 25층으로 설계)을 30층 높이로 바꾸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할 수성구청이 "지구단위계획 불가" 방침을 세움에 따라 조합원의 추가부담이 전제돼야 본격 추진이 이뤄질 전망이다.

반면 코오롱건설은 달서구 '성당주공 3단지' 아파트(420 가구에서 784 가구로)에 대해 8월10일까지 이주를 끝낸 뒤 10월 중에 일반분양을 포함,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추진에 문제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매매 및 전세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부동산114 측은 예상했다.

이처럼 올 하반기 대구의 주택시장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정부의 각종 부동산 투기책 및 건축규제책 시행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올 상반기처럼 급등세는 없을 것이며, 1%이내의 미동 속에 보합세 또는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분양시장의 경우도 대구 전역이 주택 투기과열지구에 들면서 소유권이전 등기 이전엔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로열층 중심으로 미미하게 형성되는 수준에 그쳐 지난 2002, 2003년 9월 처럼 활기를 띠진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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