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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어간 목숨의 수만큼 죽음이 있었다.

활을 잡은 채 벼랑에서 떨어져 혼자서 죽은 한 사나이의 아픔보다도 격렬한 갈등이 서쪽 하늘에 번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마을은 아직도 조용하다.

역사는 통계가 아니다.

결의는 외롭다.

벼랑 끝에 팔짱을 끼고 혼자서 서 있던 음영의 사나이처럼 마을은 말을 잃었다.

이름조차 지도에서 지워진 고요한 마을을 산길에서 만났다.

허만하 '지리산'

지리산의 유월이 거기 있어 뻐꾸기 울음은 그냥 울음이 아니다.

노고단이 높다면 그것은 주검이 쌓아올린 높이이며 뱀사골이 깊다면 그것은 이념의 갈등이 파헤친 깊이이다.

지리산 산행 길에 시인은 어느 인적 없는 마을에서 잠시 쉬었으리라. 인간의 눈이 아닌 자연의 그것으로 시인은 역사 속의 타자인 한 개인의 비극을 본다.

통계의 역사는 맥빠진 역사이다.

격렬한 갈등, 외로운 결의는 계량화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처를 고요한 마을이 기록하고 있다.

침묵으로.

강현국(시인.대구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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