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INI스틸 그리고 동국제강. 국내 철강업계 1, 2,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3사간 자존심 싸움이 올들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때로는 경쟁자로, 때로는 상호 수급(需給)자로, 또 다른 경우에는 동업자요 동지로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거듭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철강 트로이카'의 최근 경쟁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게 동종 중소 업체들의 관전평이다.
◇협력
이들 3사는 지난달 한보철강을 두고 일전을 벌였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한보철강 공동인수를 위해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INI는 현대차 그룹의 형제사인 현대하이스코와 연대했다.
결국 INI컨소시엄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1라운드는 INI의 승리로 끝났다.
철강업계 전체의 대표선수 포스코와 전기로 업계 선두자리를 두고 INI와 영원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동국제강은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고 한보관련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포스코와 INI가 마냥 대적만 하는 관계도 아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재 품질의 상당 부분이 INI에 달려 있다.
쇳덩어리에 가까운 반제품인 블룸이나 슬래브를 얇은 철판으로 만드는 포스코 제철소의 압연롤(roll)의 납품업체는 바로 INI다.
롤의 품질이 떨어지면 철판 생산량이나 표면고르기에 하자가 생긴다는 점에서 양사는 롤 최대 수요가이자 철판 품질관리자가 되면서 불가분의 협력자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
또 INI스틸과 동국제강은 전기로 철강업체 쌍두마차로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의 독주를 견제하는 막중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 개발이나 정부의 철강정책 등 정책분야에서는 영원한 동반자다.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가격담합 조사 등에서 거의 매번 두 회사가 같이 거론되는 것도 이들의 협력관계 강화가 외부에 부정적으로 비친 대표적 사례다.
◇경쟁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조선업의 주자재인 후판(厚板)시장을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의 작년 국내 후판시장 점유율은 6대 4 정도로 포스코 우세. 그러나 동국제강은 후판의 원소재인 열연강판을 포스코에서 공급받는데 포스코가 가격이나 공급량을 마음대로 한다며 반발하면서 최근 "충남 아산만 한보철강 인근에 열연공장을 짓겠다"고 밝혀 포스코를 자극하고 있다.
INI와 동국간 관계는 더욱 첨예하다.
포스코가 철광석으로 쇳물을 만든 뒤 이를 철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고로 방식의 일관제철업인 반면 INI스틸과 동국제강은 고철을 녹여 빔이나 쉬트파일 같은 형강류나 철근을 만드는 전기로 철강사로 완전한 동종업종이라는 점에서 경쟁은 그만큼 심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철근시장의 INI와 동국의 점유비가 30대 18, 형강류에서는 55대 20 정도로 INI 우세인 상황에서 INI가 한보철강까지 인수하면 무게중심은 한쪽으로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동국제강은 열연을 자체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태동하고 있다.
포스코와 INI는 양강(兩强)구도로가려는 입장이지만 동국제강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면서 철강업계에 '신(新) 3강' 체제가 구축, IMF사태로 깨어졌던 포스코 외 한보철강-인천제철(현 INI스틸)-동국제강-강원산업(인천제철에 흡수합병) 등 철강업의 다자간 구도가 7년 만에 완전 재편되고 있다.
◇직원들은?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체 노사협상 결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선두인 포스코가 지난달 임금동결을 선언했지만 INI스틸 노조는 얼마가 됐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측도 소폭인상을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이들 회사의 임금 수준은, 양사 직원들이 서로 '우리가 더 적다'며 인상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는 거의 같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는 실질적으로 INI가 포스코를 추월할 가능성 또한 높다.
INI가 강한 노조와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급성장하면서 임금에 관한한 업계 선두 포스코를 능가할 시점에 올라선 것.
이에 포스코도 임금동결과는 별개로 주5일 근무제 실시와 관련한 협상을 통해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뭔가 특별한 연봉보전법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5일제' 관련협상 결과에 따라 어느 회사의 임금이 더 많아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임금에 관한한 동국제강은 다소 갑갑하다.
포스코와 INI스틸에 비해 임금격차가 제법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동국제강 주변에서는 창립 50주년(7월7일)을 맞는 올해의 임금인상폭이 예년보다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회사측도 포스코의 '동결합의'에 힘입어 이번 기회에 임금격차를 다소나마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INI가 올리고, 포스코가 보전책을 세운다'는 설이 나돌자 '이럴 수가!'라며 낙담하는 표정이 일부 임원들의 얼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국제강 직원들 사이에서는 '3강 턱걸이'를 위해서라도 회사가 선두권과 임금격차를 줄여 줄 것이라는 인상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들이 얼마만큼 포스코와 INI직원들의 간접적인 도움(동반인상)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도 관심거리다.
◇포항은?
포항경제는 사실상 포스코-INI스틸-동국제강 3사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70여개 공단업체 가운데 60% 이상이 협력.하청.수요.공급사라는 형태로 이들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고, 시내 술집.식당 등 소비산업들도 이들 회사외 임직원을 주고객으로 삼아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역이 큰 만큼 포항을 주연고지로 삼고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특히 지난 12일 열렸던 포스코의 불빛축제가 대성공을 거두고 지역사회를 한데 묶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시장을 비롯한 지도층을 중심으로 "이제는 INI스틸과 동국제강이 나설 차례"라며 2, 3위 업체들의 지역협력사업 강화 요구도 표면화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1, 2, 3위에다 포항의 경제 지배력 1, 2, 3위를 차지하는 이들 대기업이 경영적인 측면에서 상호 협력과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 규모에 맞춰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