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발전 공무원에 달렸다-(2)앞서가는 지자체들

'기업모시기' 지구촌 누빈다

'외자유치 전문 공무원 채용, 기업 위한 도로 개설, 공단 터 분묘 이장….'

'기업 모시기'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에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엇비슷한 인센티브 제공만으로는 '소리없는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불보듯 뻔한 일. 기업이 많아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경제가 살아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명제를 절실히 인식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노력을 펴고 있는 지자체들을 찾아봤다.

▨내 힘으로 안되면 남의 힘으로라도-전문가 영입

오춘식(48) 경남도청 투자유치과장은 지난해 8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삼성테크윈 관리부장으로 2000년부터 도청에 파견근무하던 중 개방형 직위 공모에 지원, 대기업 직원에서 공무원으로 변신한 것.

그는 공무원이 된 뒤 후회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월급이 줄어든 게 불만"이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외자유치 사령관'을 맡은 뒤 경남은 지난 2000년부터 4억1천8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 내리 3년간 최우수 외자유치 지자체로 뽑혔다.

담배회사인 영국 BAT, 상용차로 유명한 스웨덴 SCANIA 등 대기업을 유치하면서 신규 고용창출도 5천명에 이른다.

또 유치업체 중 상당수는 고도기술 수반 사업체로 선진기술의 국내 이전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외자유치 현장에서 그가 뛰어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이라는 후광때문은 아니다.

영국 BAT의 1억2천200만달러 투자를 확정짓기위해 상대가 요구하는 수백건의 자료를 밤을 새워가며 빈틈없이 만들어 설명했고, 우수한 주거환경 홍보를 위해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대형 할인매장을 일일이 같이 들렀다.

BAT 본사 직원들이 국내로 출장오면 이들이 머무는 호텔에 함께 투숙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전국 200개 공단을 놓고 저울질하던 BAT는 결국 경남에 뿌리를 내리기로 하고 2001년 공장을 준공했다.

부산시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자유치실 자문관제도(2~4명)를 지난 98년부터 운영,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계약직 공무원들인 이들 자문관은 모두 해외 석'박사과정을 마친 투자유치 전문가인데 외국기업들의 투자동향을 미리 입수한 뒤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부산의 장점을 설득,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 녹산공단에 2천만달러를 투자한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부품기업인 스타빌루스(Stabilus) 유치도 이들의 공이 컸다.

2001년 7월 이 회사가 한국 진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직원들은 발빠르게 독일로 날아가 설득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 스타빌루스측은 이미 후보지로 경기도와 창원시 등을 알아보고 있었던 것. 자문관들을 비롯한 부산시 투자통상과 직원들은 투자협정 조인때까지 7개월 동안 3번이나 독일을 방문할 만큼 모든 성의를 보였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부산시 신영찬 투자기획 담당은 "조인식때 스타빌루스 관계자로부터 공무원들의 열의에 감동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외부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가 최고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서야 삼성 출신의 간부를 단장으로 영입, '투자유치단'을 가동하기 시작한 대구에 비해 부산과 경남은 몇년이나 빨리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선 것이다.

▨1분 뒤면 늦는다-초(超)스피드 서비스 행정

대구에서 공장설립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낸다면 허가까지 며칠이나 걸릴까. 최소한 한달은 걸린다고 보는 이가 대부분이겠지만 충남은 이 같은 상식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충남은 지난해 7억2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 전국 최고의 기업유치 지자체로 떠올랐다.

충남의 천안공단에서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한 자동차부품업체 STF사(社)의 경우.

이 업체는 사업계획서 제출 후 단 5일만에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쳤다.

대구의 공무원들이 본다면 불가능한, 깜짝 놀랄 일이다.

일처리가 늦어지면 급박한 생산일정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회사측의 입장에 따라 도청의 투자유치팀과 천안시의 8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이뤄낸 성과였다.

이정훈 충남도청 투자유치팀장은 "유치 프로젝트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할 일을 한번에 해결해 시간을 줄이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뒤지지않으려면 공무원들이 발로 뛸 수밖에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충남도는 이밖에 지난 2000년 코리아 오토글라스(충남 연기군)를 유치하면서 통상 80일 가량 걸리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38일만에 끝냈고, 세계 3위의 자동차부품메이커인 일본 덴소(DENSO)사를 위해서는 4년이 걸리는 농공단지 조성 대신 국내 최초로 민간전문단지방식을 도입해 6천500만달러 투자를 확정지었다.

경기도와 파주시 공무원들은 경북 구미에 1~6세대 공장을 갖고있는 LG필립스LCD사로부터 100억달러에 이르는 7세대 이후 공장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4월까지 1년여동안 묘지 문제로 밤잠을 설쳤다.

5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기에 조성하려면 야산에 산재한 430여기의 분묘를 옮겨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가 완강했던 것. 분묘 이전 대책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은 물론 종갓집 제삿날과 종중회의에도 참석, 설득을 거듭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묘지 이장 행정절차는 하루만에 모두 끝냈다.

이에 따라 LG필립스 파주공단은 보통 3년씩 걸리는 기본계획수립-실시계획 승인기간을 13개월로 단축시켜 '국내 최단기간 공단조성'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정상준 경기도 파주LCD-TFT팀장은 "많은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마당에 최첨단기업인 LCD산업만은 해외 유출을 막자는 공무원들의 노력이 거둔 모범사례"라며 "기업이 원하는 일정에 맞추는 것이야말로 투자유치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세계적 자동차부품회사인 미국 델파이사(社)의 연구소 유치를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협의, 진입도로를 내줄 것을 약속하고 연구소를 유치했고 화성시의 공장들이 공장진입로로 쓰던 땅이 팔리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24억원을 들여 우회도로를 만들고 있다.

▨전문화만이 살 길이다-공무원 재교육

국제화'전문화된 인력을 갖추기위한 지자체들의 노력도 활발하다.

지난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마련된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공무원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일정 기준 이상의 6급 공무원 30명을 선발, 장기 영어연수에 투입하거나 아예 외국의 공무원교육원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다.

정태근(47) 제주도지방공무원교육원 수석교수는 "국제화시대에 뒤떨어지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때문에 지원자가 많다"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싱가포르에 올 10월쯤 1개월간 위탁교육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공무원들이 기업의 운영원리를 배우고 시야를 넓히도록 하기위해 지난해부터 삼성물산 등에서 1, 2년간 근무토록 하고 있으며 부산은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매년 3~7급 공무원 20명을 선발, 해외 자매도시 등에 장'단기 연수를 보내고 있다.

대구가 예산 문제 등을 내세워 현재 공무원 6명만 외국 연수중이고 내년에 8명을 보낼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기본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