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올빼미 신드롬'

요즘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이 지구촌 사람들의 3분의 1 정도가 급성 불면증을 경험하고, 10% 안팎이 만성불면증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보인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한숨 자고 나서 생각해 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건 잠이 좋은 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충돌사고 3만5천여 건의 원인이 수면 부족이라는 조사도 나온 바도 있다.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 역시 잠과 깊은 함수관계가 있으며, 수면 부족은 큰 손실과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내일 새벽(우리나라 시간) 개막되는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때문에 '아침형 인간'이 부쩍 줄어들게 될까? 연일 계속된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쳐온 사람들이 이젠 올림픽 경기를 보려면 여전히 '올빼미족'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아테네와 우리나라는 시간차가 7시간이나 돼 주요 경기를 보려면 새벽 2시 이후라야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래서 올빼미족들은 효율적인 올림픽 관전법 개발에 안간힘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오후 7~8시에 귀가하자마자 잠자고, 새벽 1시쯤 일어나 경기를 본 뒤 4시경 다시 자는'복수 수면법'이 한 예다.

또 주요 경기를 녹화해 놓은 뒤 주말 등 여유가 생길 때 밤샘하며 경기를 자세히 보는 '몰아치기 관전법'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빼미 신드롬'이 확산되는 가운데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업소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야영업으로 이미 쏠쏠한 재미를 본 할인점.음식점,술집.영화관 등은 '아테네 올림픽 특수의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벌써 이런 조짐은 도처에 나타나고 있기도 하지만, 일찍 귀가하는 바람이 되레 역풍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올림픽이 끝나는 이 달 말까지 도심 출근길 풍경과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회사마다 지각 사태가 속출하고, 점심 시간에 토막잠을 자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아침부터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아질까 우려된다.

더구나 경기를 보면서 지나치게 흥분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불면증에 빠지는 경우마저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 즐기면서 폐해를 줄이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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