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터주와 소도둑

오늘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옛날 옛적 어느 시골에 농사꾼 총각이 살았는데, 장가를 가려니 돈이 없어서 못 가. 돈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삼백 냥만 있으면 장가를 가겠는데, 그놈의 삼백 냥이 없어서 장가를 못 간단 말이지. 그래서 하루는 이 총각이 집안에 모셔 놓은 터주에다가 정화수를 떠다 놓고 빌었어.

"영험하신 터주님, 이 몸을 불쌍히 여기시어 부디 돈 삼백 냥만 생기게 해 줍시오."

이렇게 비는데, 이 때 소도둑이 이 집에 딱 들어왔어. 소도둑이 울타리 뒤에 납작 숨어서 외양간에 있는 소를 훔쳐 가려고 틈만 엿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집주인 총각이 돈 삼백 냥 생기게 해 달라고 터주에 빌고 있단 말씀이야. 그걸 보고 소도둑이 코웃음을 쳤지.

"흥, 바보 같으니. 돈 삼백 냥이 생기기는커녕 오늘 밤 안으로 소 한 마리를 도둑맞을 거다.

"

제가 곧 훔쳐 갈 거니까 말이야. 그러고 나서 한참 기다리니까 총각이 빌기를 다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거든. 소도둑이 이 때다 하고 살금살금 외양간으로 기어 들어가서 소를 훔쳐냈어. 소 고삐를 끊어 가지고 살살 밖으로 몰고 나왔지. 그러고서 이제 막 도망을 가는 판이야.

그런데, 이 도둑이 딴 데서 훔친 돈 삼백 냥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옛날 돈은 다 엽전인데, 엽전 삼백 냥이면 제법 무겁거든. 그걸 자루에 넣어 가지고 둘러메고 다니다가, 이제 소를 훔쳤으니까 소 등에다 실었어. 소 등에다 돈자루를 싣고 가는 거지.

가다가 보니 도랑이 하나 있더래. 그래 그 도랑을 건너려고 소 고삐를 잡고 끄는데, 아 이놈의 소가 도랑을 안 건너려고 하네. 그냥 막 버티는 거야. 아무리 고삐를 잡아끌고 엉덩이를 때리고 야단을 해도 막무가내야. 도둑은 도랑 건너 저쪽에서 고삐를 잡아끌고, 소는 도랑 이쪽에서 안 가려고 버티고, 이러다가 그만 고삐가 뚝 끊어졌네.

그러니까 소는 이제 살았다 하고 뒤돌아서서 껑충껑충 뛰어가는 거야. 어디로 갔느냐고? 그야 제 집으로 갔지. 도둑은 뭘 하고 있느냐고? 도둑이야 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도망가는 소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어야지 뭘 어떻게 해. 소 잡으려고 따라갔다가는 잡혀서 옥살이하기 딱 좋을 테니까 말이야.

이 때 집주인 총각은 막 잠을 자려는데 밖에서 소가 '음매 음매' 우니까 밖으로 나와 봤지. 나와 보니까 자기 집 소가 마당에 서 있는데, 가만히 보니 자루를 하나 등에 싣고 서 있거든. 자루를 들여다보니, 글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돈 삼백 냥이 딱 들어있지 뭐야.

"아까 터주님께 돈 삼백 냥 생기게 해 달라고 빌었더니 그새 소 등에 실어 보내 주셨네. 아이고, 고마워라."

총각은 그 돈이 정말 제 집 터주님이 보내 준 돈인 줄 알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터주 모시기를 제 부모 모시듯이 하더래. 장가는 갔느냐고? 그야 두 말하면 잔소리지. 터주님이 장가가라고 돈 삼백 냥을 보내 주셨는데 안 가고 어쩔 거야?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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