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떠나가는 것들을 위하여 저녁 들판에는

흰 연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니

누군가 낯선 마을을 지나가며

문득, 밥 타는 냄새를 맡고

걸음을 멈춘 채 오랫동안 고개 숙이리라

길 가에 피어 있는 들꽃 한 송이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전동균 '들꽃 한 송이에도'

문학적 상상력의 참된 기능은 현실의 결여를 메우는 데 있다.

그대가 낯선 마을을 떠도는 나그네라고 상상해 보라. 배부른 날들의 꼿꼿한 오만과 세상이 제것인양 거들먹거리는 자만의 높은 코는 .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고개를 숙이는 생명에 대한 외경,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소중함의 각성, 그것은 우리가 서둘러 되찾아야 할 훼손되지 않은 인간의 원초적 심성일 테니 그대 단 하루만이라도 집도 절도 없는 나그네 신세가 되어 저녁 들판을 떠돌아 보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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