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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밤새워 책 읽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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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책 읽는 시대는 갔다.

요사이 생활리듬이 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보다보니 잠을 제때 자지 못해서라고 한다.

특히 축구시합이 있는 날은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다가 우리나라가 한 골을 넣으면 열광적인 함성이 아파트 촌 전체를 뒤흔든다.

2002년 월드컵 때의 그 뜨거운 함성을 기억한다.

그 때 대부분 언론들은 우리 국민의 위대성과 시민들의 성숙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그러한 뜨거운 열기의 원천을 정신적인 요소에서 찾으려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그 함성의 원동력은 사실 정신적 요소보다는 전자기술이라는 물적 토대였다.

대형 전광판과 대형 화면의 텔레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새로운 광장 축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일이었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만큼 전자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부분이다.

이 전자문화 혹은 디지털문화의 확산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생각해 보라. 휴대전화는 필수품 중에 필수품이다.

인터넷은 만사해결의 도깨비 방망이다.

학교교육은 독서와 글쓰기와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학생들은 전자문화의 새로운 세계로 달려간다.

이러한 전자문화의 반대편에 문자문화가 초라하게 서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인데도 대부분 무감각하다.

분명 전자문화의 확대는 문자문화의 쇠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전자 매체에 깊이 길들여진 우리를 다시 문자문화 시대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밤 새워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는 신화처럼 들린다.

그런 시대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왔다.

내 서가에 빽빽이 꽂힌 책들을 폐기 처분해야 할 날도 머잖은 것 같다.

신재기(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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