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미국 LA지역에 대지진이 있었다.
어학 연수차 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던 나는 추락하는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느낌의 기분 나쁜 무서운 지진을 경험했었다.
상하좌우 방향도 없이 침대를 요동치게 하는 지진! '먼 이국 땅에서 아~이렇게 죽는 것이구나' 하는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다.
새벽 2시쯤으로 기억된다.
책이 쏟아지고 그릇이 깨지는 요란함과 함께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도난방지 경보기가 일제히 울리는 아수라장에서도, 미국인 룸메이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내 냉정을 찾아갔다.
여진이 계속되는 사이에도 안전한 곳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밖으로 나갔는데, 수백명의 학생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기숙사 안전지대에 모여 사감들의 점검을 받고 있었다.
놀라운 질서였다.
사실 연수 기간 동안 몇 번의 비상 상황 훈련을 받긴 했지만, 어린시절 초등학교에서 받았던 우리의 의례적인 민방위 훈련처럼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전지대로 가라고 지도하는 선생님은 연신 버터 발린 노란 팝콘을 먹어대며 느릿한 팔자 걸음으로 교실을 나섰으니 말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그들은 180° 다른 모습이었다.
어디에 숨겨놓았던 것인지 그 난리통에도 비상용 배낭을 챙겨 나왔는데, 전등과 라디오, 그리고 허기를 채워줄 약간의 통조림까지 들어있었다.
올 여름에도 태풍의 비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앞으로도 몇 번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막을 수 없는 천재(天災)는 어쩔 수 없지만 어이없는 인재(人災)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는 건 이제 그만 둬야 할 것이다.
도성민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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