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와 지방비, 민간자본 등 1천500여억원을 확보, 대구.경북 일원에 5만여평 규모의 한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동계획안 실현이 사실상 좌절됐다.
기획예산처의 의뢰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최종보고서를 통해 '사업타당성이 낮다'고 평가, 국비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방산업이 향후 '지역을 먹여살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비록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기반조성 노력을 멈출 수 없다는 것. 한방산업단지는 지역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또 그 시기와 형태는 어떻게 될지를 가늠해봤다.
◇향후 한방사업 방향은?
보건복지부는 올 가을 한방산업단지 조성과 관련된 국가차원의 계획을 잡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대구.경북 공동계획안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국가계획을 먼저 세우겠다는 것. KDI도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를 통해 '국가적 정책의 틀 내에서 한방산업단지의 규모와 입지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뒤 그 틀 안에서 지자체 수준의 발전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대구.경북에만 한방산업단지를 조성하기보다 대구.경북을 포함, 전국적으로 3개 권역을 지정한 뒤 권역마다 한 곳씩 한방단지를 조성한다는 '국가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영남.충청.전라 권으로 나뉘어 한방단지가 들어서며, 각 지역별로 분산이 되는 만큼 중앙정부 지원예산도 쪼개질 수밖에 없어 '수천억원짜리'였던 대구.경북지역의 한방산업단지 계획이 수백억원짜리로 쪼그라들게 된다.
대구.경북의 계획은 연구센터와 산업단지 등을 융합한 '단지' 개념이었지만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계획에 따른다면 '센터'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불만스럽지만' 중앙정부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초 시.도의 계획은 한방산업단지 조성 소요예산 1천512억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60억원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것이었던 만큼 중앙정부의 결정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경북은 당초 내년부터 시작, 오는 2007년까지 1단계로 5만여평의 한방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을 장기계획으로 추진하는 만큼 용역결과가 나오더라도 언제쯤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3개 권역으로 나뉘어지는만큼 영남권에서조차 대구.경북이 할지, 부산.경남이 할지 또다시 지역을 정해야 할지를 모르는 형편이 됐다.
이영호(보건복지부 한방의료담당관실) 과장은 "영남권에선 대구.경북이 한방단지 추진을 주도, 최초 구상대로 대구.경북에 조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계획을 다시 세우는 입장이어서 또다시 지역별로 협의가 필요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구.경북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전국 최초, 최대 규모의 한방산업단지 조성계획은 전국 3개 권역별 공동사업의 하나로, 수천억원짜리 대형사업에서 수백억원짜리로, 추진시기도 불명확한 사업으로 변질되게 됐다.
한편 예비타당성 조사 여파로 산업단지.산업연구원.한방제품임상시험센터 등 한방관련 계획사업이 통째로 보류된 대구시와 달리 경북도는 23개 시.군별 농업기술센터 기능강화 등을 통해 당초 자체사업으로 예정했던 한방관련 계획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사업추진의 동력이 되는 국비지원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어서 추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방계획 어떻게 흘러왔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약령시 등 기반여건에다 향후 '웰빙'문화를 감안할 때 한방이 산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와 대구한의대에 의뢰한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12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대구.경북 한방산업 육성계획'을 확정했다.
12개 세부사업에는 5만여평 규모의 한방 산업단지.산업연구원.제품임상시험센터.산업진흥원 조성사업을 비롯해 한약자원개발센터 설치, 한약재생산가공 선진화사업, 농업기술센터 기능강화사업 등이 포함됐다.
12개 사업 가운데 대구는 연구기능을, 경북은 자원개발기능을, 국제교류활성화사업.인력양성 등은 시와 도가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구와 경북 경계가 겹치는 지역을 선정, 5만여평의 한방단지를 만든 뒤 대구는 산업단지와 연구원, 시험센터 운영을 맡고 경북은 진흥원 운영을 담당키로 하고 중앙정부로부터 국비지원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지난달 초 KDI가 중간보고서 발표를 통해 '타당성이 낮다'며 사업축소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했고 시와 도는 한방제품임상시험센터 포기 등 당초 한방단지 규모(1천512억원)를 1천300억원대까지 낮췄으나 최종 보고서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 나온 것.
이동혁 대구시 과학기술담당은 "시와 도의 조정계획안을 다시 수립, 다른 시.도보다 한 발 앞서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한방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성문 의원(한나라.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해서 타당성이 없다고 판정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규모를 줄여서라도 한방산업단지 계획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권영규 대구한의대 교수(한의학)는 "중앙정부가 한방에 대한 시장 예측을 어려워한다"며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한방산업화 의지가 가장 강한 만큼 대구한의대는 물론, 시.도 등 관련기관이 당초의 계획대로 사업추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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