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골짜기에 빠진 세대'

"봉우리의 삶과 문학이 있듯 골짜기의 삶과 문학도 있다.

봉우리는 높고 골짜기는 깊다.

그것들은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

골짜기는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규정한 이름일 뿐이다.

골짜기는 봉우리를 지향하는 의식에게만 골짜기이고,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 골짜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 40대 중견 소설가 이승우씨가 계간 '대산문화' 가을호의 특집 '우리 세대의 문학을 말한다'에 기고한 '골짜기에 빠진 세대'의 한 부분으로 40.50대 소설가들을 옹호하고 있다.

60대의 분단세대 중진 작가들과 30대 신진 작가들 사이의 40.50대 중견 작가들은 지난 80.90년대에 활발했으나 근래에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제 몫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씨를 비롯한 임철우 강석경 이순원씨 등의 작가들이 소위 '허리 세대'의 문학을 옹호하면서 '섣부른 재단'에 반기를 들었다.

◇역시 40대 작가인 이순원씨도 "우리는 서바이벌이나 토너먼트 방식으로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주어진 자기 앞의 긴 시간을 가지고 문학을 한다"며 "예전보다 발표 편수가 적어서, 또 확 터져 나오는 작품이 없어서라면 조급하게 바라보지 말고 좀 더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50대의 강석경씨도 상업적 출판에 짓눌려 힘겨운 현실을 토로했다.

◇50대로 막 들어선 작가 임철우씨가 "소설 쓰기는 새로운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부단한 노정"임을 강조하듯, 문학은 '느림의 미학'이 미덕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문학이 죽어가고 있다'거나 '이미 죽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런 미학이 밀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포퓰리즘과 상업주의, 가벼움이 뜨는 세태는 비단 문학에서 뿐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공이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튼 우리 문학은 획일화.감각화되고, 파격적으로 흐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장삿속으로 씌어진 작품들의 득세, 출판사들의 과대포장 공세 등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견 작가들의 이번 목소리 높이기는 표면적으로 잠시 골짜기에 빠졌던 문학을 '느림의 미학'으로 깊으면서도 높은 데로 끌어올리고, 또 다른 봉우리 만들기로 이어지는 전주곡이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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