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50세대들이 바라본 한국문학의 현주소는?

"봉우리의 삶과 문학이 있듯 골짜기의 삶과 문학이 있다.

그러니 중진작가들이 골짜기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지각변동은 늘 일어난다.

"

우리 문단의 '허리'를 이루며, '문학의 위기'로 불리는 시대상황에 맞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40, 50 문학세대들이 자아성찰과 문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서 주목을 끈다.

계간 '대산문화' 가을호는 '우리 세대의 문학을 말한다'를 마련, 강석경(53) 임철우(50) 이순원(46) 이승우(45) 등 1950년대생 작가 네 명이 자기세대의 문학에 대해 고백한 글을 실었다.

지난 봄·여름호에 중진작가와 신세대 작가들의 글을 통해 문학계가 처한 상황을 집중 조명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낀 세대'인 50년대생 작가들의 글을 소개한 것이다.

이승우는 문학평론가들이 박경리 이문열 등 봉우리처럼 일어선 앞선 세대에 빗대 사용한 '골짜기에 빠진 세대'라는 용어를 자기 세대의 문학을 변명하는 글의 제목으로 썼다.

그는 "반공과 유신, 계엄령과 광주에서의 유혈 사태, 잦은 휴교령 등에 익숙해지면서 굳은 근육을 만들어온 세대에게 1990년대의 시작과 함께 밀려들어온 감각과 욕망과 가벼움의 물결은 지각변동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지고 부과된 것에 신경쓰지 말고 너의 것을 누리고 감당하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90년대초의 지각변동을 건너왔다"며 "봉우리는 높고 골짜기는 깊을 뿐이며 그것들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한다"고 밝혔다.

임철우는 '길 찾아가기'라는 글에서 "천신만고 끝에 소설을 완성하고 나서 몇 년간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서니 예전에 전혀 본 적이 없는 꽤 깊은 골짜기가 발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대하소설 '봄날'을 완성하느라 두문불출하는 사이 '천박한 물신의 늪'으로 곤두박질해버린 시대상황에 맞닥뜨린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는 "그러나 정체불명의 골짜기를 그냥 생략한 채 지나치고 싶지 않다.

그 골짜기를 몸소 걸어서 건너가겠다"고 작가적 소명의식을 내비쳤다.

강석경은 '마지막 문청세대의 침묵'이라는 글에서 중견작가들의 부진한 활동에 대해 분석하고 해명했다.

그는 중견작가들의 작품활동이 침체에 빠진 이유로 △상업시장의 외면과 보상없는 글쓰기에 대한 회의 △생업활동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무리 △생활의 안정에 따른 창작열의 감소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여신처럼 받든 마지막 문청세대들의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언젠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이순원은 '나의 시대, 나의 문학, 나의 동지들'에서 "우리는 서바이벌이나 토너먼트 방식으로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주어진 자기 앞의 긴 시간을 가지고 문학을 한다"며 "조급하게 바라보지 말고 좀더 기다려 달라"며 중견작가들의 부진을 비난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신인작가로 출발할 때부터 하루에 열두 번 이상 '문학의 위기' 소리를 들으며 문학을 했고, 거기에 문학이 과연 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학과 밥'의 경제적 시험까지 치르면서도 오직 문학에 대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세대"라면서 "문학 말고는 이 시대의 어느 것에도 빚지지 않은 독립군이 바로 이들, 나의 문학적 길동무들"이라고 자기 세대의 문학을 옹호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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