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반짝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가 막을 올린 9일 대구시민체육관은 아테네올림픽으로 달아오른 뜨거운 핸드볼 열기와 비인기 종목의 차가운 현실이 교차한 무대였다.
출발은 어느 때보다도 산뜻했다.
학부모나 관계자만이 듬성듬성 앉아있게 마련인 관중석이 꽉 찬데다 좌석을 잡지 못한 관객 50여명이 뒤쪽에 서서 경기를 관전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던 것.
대구시청과 개막전을 치른 효명건설의 임영철 감독은 "핸드볼 경기에 관중이 가득 찬 것은 95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면서 패배에도 불구하고 "관중의 열기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1천명 이상의 관중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일부 팬들은 막대풍선을 가져와 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댔다.
9년만에 만원 관중을 앞에 둔 선수들의 감격도 마찬가지.
경기 전 잠시 관중석에 올라와 주위를 둘러보던 두산주류 골키퍼 남광현은 "이렇게 관객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본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허순영(대구시청)도 경기를 마친 뒤 "정말 뜻밖이다. 핸드볼의 열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에서부터 혼자 왔다는 이창규(43.자영업)씨는 "분위기가 고조되니 선수들도 저렇게 열심히 뛰지 않느냐"고 했고, 대구시청 선수 출신인 주부 김혜진(29)씨도 "실제로 관중석이 이렇게 가득 찬 것을 보니 눈물이 다 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나 "반짝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던 임 감독의 말이 끝나갈 무렵부터 관중들은 하나씩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해 삼척시청과 부산시체육회의 경기가 시작될 때에는 300명으로 줄어있었다.
이는 관중 가운데 700여명이 대구 중앙정보고와 성명여중에서 체험학습차 경기장을 찾은 학생들이었기 때문.
수업 시간을 대신해 경기를 관전한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어쩔 수 없이 모두 자리를 떴고 막대풍선을 흔들던 효명건설 응원단도 다음 경기까지 기다려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관중석 빈 자리를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경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무관심에 익숙한 핸드볼인들에게 낮 경기에 300여명이 모인 것만 해도 적지 않은 관중이었지만 개막전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태훈 충청하나은행 감독은 "아직까지는 방송 문제로 일반 팬이 올 수 없는 낮 시간에 경기를 하고 있지만 점차 관중들이 많아지면 직장이 끝나는 저녁 시간에도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정 팬의 확보를 기대했다.
핸드볼팬 이창규씨도 수업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학생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와서 자꾸 접하는 것도 핸드볼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연합뉴스)
사진 : 9일 오후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리는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에 참가한 아테네올림픽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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