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은이 마련한 화폐개혁 구체안

'원'대신 새 명칭 도입

한국은행은 2년 전부터 유로화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집중연구하며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을 비롯한 화폐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왔다.

한국은행이 마련한 세부 실천계획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 어떻게 추진될 지를 살펴본다.

◇1000원을 새 화폐 단위 1로 바꾼다

새로운 화폐 명칭은 기존의 '원'을 폐지하고 새로 이름을 짓기로 했다.

새 화폐의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62년 화폐 개혁과 함께 등장한 '원'화 시대는 40여년 만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만일 새 화폐 발행단위가 '환'이 사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100환(10만원), 50환(5만원), 10환(1만원), 1환(1000원) 등 4종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화폐단위는 미국 달러화의 동일 액면 지폐와 거의 비슷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1년 이상 신.구화폐가 함께 통용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경우 1년간 신화폐와 구화폐를 병행해 통용하고, 이 기간 중 모든 시중은행에서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할 수 있으며, 교환할 때 본인의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방침이다.

1년이 지날 경우에도 한국은행 본.지점으로 구화폐를 가져오면 무기한 신화폐로 무제한 바꿔줄 계획이다.

53년과 62년 화폐개혁 때와 같이 신고절차와 예금인출 한도 제한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타격을 입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한은은 신.구화폐가 병행 통용될 경우 신화폐는 자연히 '양화(良貨.좋은 화폐)'가 되고 구화폐는 '악화(惡貨.나쁜 화폐)'가 되어 짧은 시간 내에 저절로 신화폐로 바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보조 화폐단위 사용

1천대 1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할 경우, 화폐 1단위의 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지난 53년 폐지된 '전(錢)'과 같은 보조 화폐 단위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조 화폐의 명칭 역시 확정되지 않았지만, 새 화폐 1단위의 100분의 1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이에 따라 동전은 50전(가칭.500원) 10전(100원) 1전(10원) 등 3종류가 발행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행 10원 이하의 단위는 없어지는 셈이다.

◇지폐.동전 크기 선진국처럼 작아진다

현행 우리나라의 지폐와 동전은 모두 선진국에 비해 너무 커서 쓰기에 불편해 '후진국형' 화폐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화폐는 달러나 엔화 같은 선진국 지폐 크기로 줄일 예정이다.

새 동전(10전이나 50전) 역시 가장 큰 것도 현재의 10원짜리 동전보다 크기가 작고, 가장 작은 것은 미국의 다임(10센트)만한 크기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

정부와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과 관계 없이 위조 방지를 위한 새 화폐와 고액권(5만원.10만원권)을 발행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이미 조폐공사에 새 화폐를 찍기 위한 설비를 발주했으며, 내년 9월이면 설치가 완료된다.

리디노미네이션이나 고액권 및 새 화폐 발행을 위해서는 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리디노미네이션이 결정되더라도 화폐 도안과 금융기관의 자동화 기기 및 각종 자판기 등의 교체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3년~5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김주현 기획홍보팀장은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철저하게 모든 준비를 갖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본 방침"이라며 "리디노미네이션 등에 대한 연구와 준비작업을 마친 것은 정치권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업무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대비"라고 설명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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