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함께살기-아빠하고 나 하고 끝없는 父情

오수굿병 정성영씨...거동조차 못해 10년째 투병

초등학교 6학년인 윤미(11·여)는 아버지 정성영(43)씨를 볼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프다.

10여년째 종아리뼈가 분리돼 부어오르는 등 원인 모를 병으로 거동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병원 갈 돈이 없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양쪽 무릎 주변 종아리뼈가 부분적으로 분리돼 부어 오르는 '오수굿 병(Osgood- Schlatter Disease)'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밀검사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정씨는 예전에 하던 건축 미장일은 고사하고 혼자서 몸을 움직이기도 여의치 않은 형편.

그래도 윤미가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버지의 경우 수술만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수술비 역시 200만~300만원대로 다른 수술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받는 정부보조금 30만원이 수입의 전부인 이들 가족에게는 수술비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최소한 매달 여인숙비 17만원, 아버지의 약값으로 10만원, 학용품 값 등으로 쓰기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

현재 윤미는 5개월째 동구 방촌동의 한 여인숙의 2평 정도되는 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고 있다.

살림살이라곤 휴대용 가스버너와 주워온 서랍장, 정씨가 나무로 직접 짠 책꽂이 뿐.

정씨는 "돈이 없어 정밀진단은 꿈도 꾸기 힘들고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버티고 가끔 취로사업을 나가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넘어져 다쳐 들어오니 오히려 손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대구가 고향인 정씨는 17년 전 아내의 고향인 제주도로 이사, 생활했지만 정씨의 병이 깊어질 무렵인 지난 1999년 아내는 카드 빚 300만원을 남긴 채 집을 나가버렸다.

이때부터 윤미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살림을 도맡아해야 하는 소녀가장이 됐다.

도와줄 친인척도 없는 상황에서 5개월 전 대구로 이사왔지만 방 한칸 장만하기 어려워 여인숙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생활고 속에서 윤미의 밝던 성격도 조금씩 변해 낯선 사람과는 말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

말을 건네면 아버지 등 뒤로 숨어버리기 일쑤.

어렵게 입을 연 윤미는 "세상에는 친·인척 한 명 없이 혼자 가정을 꾸려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래도 저는 아버지랑 함께 있어 좋아요"라며 "걱정되는 것은 아버지 건강"이라고 짧게 말하고는 다시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정씨는 아픈 자신보다 딸이 더 걱정스럽다.

정씨는 "제주도에 살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도 다니더니만 여기서는 학교만 마치면 집에 와서 나가려 하지 않는다"면서 "종종 제주도로 다시 돌아가자고 보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자신의 치료비 마련도 중요하지만 윤미에게 아늑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간절하다.

조금씩 사춘기로 접어드는 윤미에게는 뜨내기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여인숙에서의 생활이 불안하기만 하기 때문. 아버지가 딸 걱정을 늘어놓자 안타까웠던지 말수 적은 윤미는 "나중에 간호사가 돼 아버지처럼 아픈 사람들을 따뜻하게 돌봐주고 싶어요"라며 엷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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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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