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기불황…유통가 알뜰소비자 백태

'얇아진 지갑...한푼이라도 아껴야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 중에 자신만의 개성있는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애교있는 알뜰형도 많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소비자들의 천태만상을 들어본다.

◇ 쇼핑백 만이라도 명품으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명품을 직접 구입하기가 힘들어지자 '명품 로고가 찍힌 쇼핑백이라도 들고 다니고 싶다'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20대 젊은 여성들이 "쇼핑백만 구입할 수 없는가", "그냥 쇼핑백을 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명품 담당자는 "1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 부쩍 쇼핑백만 구입하고 싶다는 젊은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에 찾아와 백화점 로고가 인쇄된 포장지를 구입하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할인점이나 재래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백화점 포장지로 포장, 선물하려는 고객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 매장에서 포장지 판매를 거절당하면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 공짜가 좋아

불황이 깊어지자 '공짜'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롯데백화점 상인점은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 뒷면에 생필품 무료 사은품 지급 쿠폰을 발행하자, 먼 곳에서도 이를 챙기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이웃집 우편함까지 뒤져 쿠폰을 몇장씩 챙겨오는 일도 적지 않다.

백화점에서 특별 발행하는 쿠폰북 회수율도 높아져, 대구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0% 미만에서 올해 생활매장에서 보낸 쿠폰북의 경우 회수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화장품 샘플 증정 행사를 진행하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샘플 물량이 동나기 일쑤다.

피부 상담을 무료로 받고 샘플 인심도 후한 화장품 메이크업쇼마다 나타나 매일같이 샘플을 챙겨가는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샘플 증정 행사기간엔 줄을 서서 백화점 오픈시간을 기다리는 여성들도 많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고객에게 증정하는 샘플의 경우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 때문에 영수증을 일일이 복사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얌체 소비자 반품족도 늘어

고가의 상품을 일단 구입해 사용한 후 다시 돌려주는 이른바 반품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화점 고객상담실에 따르면 최근 환불이나 반품에 대한 문의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몇년 전에 구입한 의류를 다시 들고와 반품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 매번 철마다 새로운 옷을 입어보고 환불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백화점들은 상습적으로 반품·환불을 반복하는 소비자들의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알고도 속아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불황기에는 일반 알뜰고객들도 의도적으로 환불·교환해가는 얌체족으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 고쳐입자

불황이 깊어지자 새로 옷을 구매하기보다 고쳐입는 알뜰파 소비자들도 많다.

대백프라자 수선 전문실의 경우 최근 수선 고객이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겨울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모피, 밍크, 트렌치코트 등 유행이 지난 고가 제품의 수선의뢰도 부쩍 늘고 있다.

또 남성 와이셔츠 매장, 속옷 매장에는 낡은 옷을 고쳐 입으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성 와이셔츠의 경우 구입했던 브랜드 매장에서 낡은 깃과 소매만 교체하기도 하고 속옷 매장에는 브래지어, 팬티 등의 수선을 의뢰하는 고객이 하루 평균 5,6명에 이른다.

리폼매장에 청바지를 들고 찾아온 주부 박예진(37)씨는 "헌 청바지를 치마로 고쳐입으려고 가져왔다"면서 "새로 청치마를 사는 것보다 값이 훨씬 저렴해 다른 옷들도 고쳐 입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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