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걸, 하던대로, 멋대로 해보니까 자우림의 색깔이 나오더군요."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자우림'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음악성 하나로 그들만의 색깔을 지켜온 흔치않은 밴드다.
김윤아와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구태훈(드럼) 등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독특한 가사와 멜로디 속에 녹여낸 사회 비판적인 진지함으로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벌써 데뷔 8년째를 맞는 자우림이 최근 5집 앨범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5집은 전작보다 꽤나 밝아진 느낌이다.
"4집도 그렇고 각자 냈던 솔로, 프로젝트 앨범들이 너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막 뛰어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펑크로 가자는 얘기를 했죠. 그런데 막상 5집을 내놓고나니 그다지 달라진게 없네요."
자우림의 새 타이틀곡 '하하하쏭'은 어깨가 들썩이는 스카 펑크(Ska Punk)다.
쿵짝쿵짝 신나는 리듬에 화려한 관악, '라라라라라', '하하하', '안녕안녕' 등 후렴구가 금세 귀에 익는다.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의 '사랑의 병원으로 놀러 오세요'를 비롯해 'I LUV U', '파트너' 등도 경쾌하고 반복적인 멜로디가 편안하다.
하지만 이 앨범이 마냥 신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쉬운 멜로디 속에 녹아있는 가사들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살아남는 세태를 노래한 '광야', 강한 록비트에 성형수술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한 '실리콘 벨리' 등 자우림만이 들려줄 수 있는 풍자는 "역시, 자우림!"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이제 경지에 오른 김윤아의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저는 자우림 1, 2집을 안들어요. 너무 노래를 못해서죠. 목소리에는 곧 사람과 인생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목소리에 담긴 삶이 노래에 완전히 흡수될 때 좋은 음악이 되는 거죠."
자우림은 3집을 낸 이후 멤버 각자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 동안 김윤아는 2개의 솔로앨범을 냈고, 리더 이선규와 김진만은 '초코 크림롤스'라는 프로젝트 그룹활동을 했다.
또 구태훈은 홍대 앞에서 '사운드 홀릭'이란 라이브 클럽을 운영중이다.
그럼에도 '자우림'이라는 이름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이유는 뭘까. "여타 그룹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팀이 아니라는 것이 큰 차이라고 봐요. 저희는 동호회 활동하듯이 음악을 하거든요. 밴드가 해체되는 이유는 세가지 정도예요. 돈 문제하고 음악적 견해 차이, 멤버간의 갈등이죠. 셋 모두 저희에겐 없는 것들이에요."
8년차 밴드이고 5집을 냈다는 이유로 무게잡으려 하거나 멋있으려 하지 않으려 했다는 '자우림'. "목적의식이 없는 편안함이 서로를 이끄는 힘인 듯 싶어요. 앞으로 저희 앨범이 1천장이 나가는 날이 오더라도 함께 클럽에서 연주하고 앨범 낼 수 있겠죠." 자우림은 내년 2월 초 대구를 찾을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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