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포근한 수능

대입 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수험표를 특별할인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백화점'식당'극장 등에서 수험표를 지참한 학생에게 값을 10~30% 정도 깎아준다. 가벼운 음료수나 팬시용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업소도 있고, 극장가에서는 수험번호 추첨으로 선물을 주는 등 곳곳에서 수능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이 중에 그동안 고생한 부모를 생각하는 '어버이 감사 세일'도 있어 상술이긴 해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한 지자체는 "수험생 여러분, 정동진으로 오세요"라며 수능 마케팅 대열에 가세해 눈길을 끈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여행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지역 곳곳에 수험생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고 안내 도우미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해돋이 명소 정동진의 겨울 바다와 시내 관광을 즐기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버리라는 강릉시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수능 후 마케팅에 비해 수능 전 마케팅은 오랜 세월 관행화되다 보니 이벤트 같은느낌은 적지만 그 규모는 확대일로다. 전통 인기 품목인 엿을 비롯해서 합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상품이면 무조건 '메뚜기 한철'처럼 호황이다. 한파 내습 우려로 두터운 파카'점퍼 등 방한의류와 주머니난로, 귀마개, 장갑 챙기는 것도 필수다. 미성(微誠) 부족이나 엉뚱한 한파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 못해서야 안 될 말이다.

○...아이들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 서비스 판촉전도 빠질 수 없다. 고득점 부적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 등 유형 상품은 물론 수험생 응원용 컬러 문자, 컬러 메일, 모바일 부적 등 온라인 아이디어 상품도 우후죽순이다. 또, 수험생은 저들대로 고득점 관련 희한한 물건들을 챙기고 이벤트를 갖는다. 후배들의 수험생 선배 응원도 갈수록 극성이어서, 수험장 입구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전날 밤을 노숙하는 정도가 됐다.

○...부모들은 절, 교회 어떤 곳에서든 빌고, 수능 당일엔 교문 앞에서도 빈다.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공무원, 일부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증권시장 선물거래소 외환시장 개장 시간도 1시간 늦춰진다.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총동원되고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다행히 올해는 날씨가 포근했다. 온 나라가 북새통이 되는 대입제도도 포근한 날씨처럼 완화돼야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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