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미쳐서야 비로소

맞닥뜨리는 첼로의 숲

미쳐서야 비로소

하늘에 닿는 선율

오늘은 함께 미쳐서

이렇듯 불타고 있느니

노래가 끝난 어귀

다시 시작되는 노래

미치고 미치다가 끝내

미쳐 버리지 못한

한 사람 목숨의 길에

불타는 저 첼로의 숲

이정환 '단풍 숲'

첼로는 단풍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단풍나무에는 생래적인 것도 있고, 찬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제 몸이 붉어지는 후천적인 것도 있다.

생래적으로 미쳐서 불타오르는 사람도 있고, 후천적으로 그렇게 되는 사람도 있다.

미치고 미치다가 끝내 미쳐버리지 못한 가열함으로써 불타올라 하늘에 닿는 저 숨막히는 선율은 아마도 생래적으로 뜨거운 당신 몸이 내는 소리이리라. 처음부터 몸 붉은 단풍나무가 노래 끝난 어귀에서 다시 부르는 숙명의 노래이리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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