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오늘 하루도 이렇게 눈을 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른 새벽 무거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머리맡에 놓아둔 성경책을 잠든 아들의 배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기도를 시작했다.
못난 어미와 자식이 둘 다 이렇게 아파 누워 있지만 서로 외톨이가 아님을 다짐하며 하늘에 눈물로 호소했다.
울음 가득 목 메인 기도가 하나님에게 닿기를, 내 희망인 아들이 일어날 수 있기를, 남들처럼 뛸 수 있기를 빌었다.
박미강자(61· 달서구 상인동)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제대한 아들 권세훈(24)씨는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거동조차 못한 채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
병장때 디스크에 걸렸는데 제대까지 참아보자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하지만 정작 아픈 사람은 박씨 자신이다.
지체장애 3급. 12평 임대아파트 좁은 집인데도 거실에서 부엌까지 엉금엉금 기어가는데만 10분이 걸린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도무지 힘을 줄 수가 없다.
거기다 당뇨, 류마티즘 관절염, 고혈압, 골다공증, 허혈성 심장질환까지 병명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하고 약도 먹여야 하지만 그저 희망일 뿐이다.
그래서 설거지며 집안 청소가 중노동이나 다름없다.
배가 고파 한끼 한끼 챙겨먹지만 밥을 짓는 것도, 설거지를 하는 것도 끊임없는 고통과의 싸움이다.
방안에 걸린 가족사진과 전화기, TV 등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였고, 싱크대에는 씻지 않은 그릇이 가득했다.
마음만 급할 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남편은 나이 마흔에 세훈이를 얻었어요. 저렇게 하루 종일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제 아픈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장성한 아들을 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 얼굴을 나중에라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박씨는 35세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나 좁은 단칸방에서 늦둥이 세훈씨를 얻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던 남편은 결혼 13년 만에 간경화로 생을 마감했다.
"남편을 보내고 나서부터 뼈마디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가방, 신발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관절염을 얻었고 골다공증이 왔어요. 다리가 그렇게 쉽게 부러질 수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가고 그저 돈을 벌어보겠다고 참았는데 곳곳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 지경이 됐습니다.
"
그렇지만 자기 몸 걱정은 뒷전이다.
스물넷 젊은 나이에 등져누운 자식이 안쓰러워 밤마다 숨어서 눈물을 훔친다.
"세훈이가 엄마 병부터 고치자며 도무지 병원엘 가지 않아요. 저 잘 되는 게 효도인데 치료는 안받고 밤마다 끙끙 앓아요." 온갖 고통을 참고 있는 박씨는 아들이 너무 일찍 상실과 좌절을 맛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 아들이 뱃속에서부터 굶어 지금도 작고 말랐다며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자궁근종수술, 맹장수술, 협심증 혈관수술로 이제 눈물이 매말랐음직한데도 눈물은 끊이지 않았다.
세훈씨도 지속적인 물리·약물치료를 해야하지만 매월 40만원씩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으로는 생활비도 모자란다.
박씨가 읽고 있는 성경책은 그동안 흘려온 눈물이 말라 누렇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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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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