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지호 경북도 노인복지과장

"우리 이웃 삶 보따리 저희 카페가 담아요"

"저희 카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는 곳입니다.

잡담과 농담을 늘어 놓고 때로는 눈물나는 이야기도 담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임이기도 하지만 가끔씩 만나 막걸리를 마시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손잡고 가요'는 엄지호 경북도 노인복지과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80년대 중반 모임의 결성에서부터 2001년 카페 개설, 운영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

그의 '이웃에 대한 사랑'은 이 모임의 결성보다 한참이나 더 오래 됐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 탓에 고교를 다니면서도 장사를 해 생활비를 벌어야했던 그는 사실 '구두닦이의 대부'로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대구시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시내 구두닦이와 고아들의 생활비 및 학비지원은 물론 일터 마련에 박봉을 쪼개 힘을 보태온 것.

"제가 너무 어렵게 자라서 그런지 불쌍한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조금이라도 나은 처지에 있는 저의 도움이 그 아이들에겐 절실했으니까요. 한꺼번에 4명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등록금을 내주느라 빚도 많이 져야했었습니다.

"

지난 2002년 노인복지과(옛 가정복지과) 과장으로 부임한 뒤 그에게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생의 업'이 되어 버린 복지분야의 일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남들에게 오해를 살까봐 이웃을 도울 때도 주위 눈치를 봐야했는데 이젠 그럴 걱정이 없죠. 무슨 일을 시작하더라도 떳떳하게 할 수 있어 더 재미있습니다.

"

34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살아 온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엔 정부로부터 '올해의 선행 공무원'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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