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7080의 열정

'작은 거인' 조용필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한다. 자타 인정하는 그의 공연이긴 하지만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12회 공연 전석 매진의 뜨거운 반응이다. 더구나 이번 공연에선 10대 아이돌(idol) 스타의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중년들의 비명과 함성, 박수 소리와 신명나는 춤 등으로 그 열기가 자못 펄펄 끓을 정도라는 거다.

○...이른바 '7080 세대'. 1970,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 즉 40, 50대를 일컫는다. 지난 격동기에 대학에서, 산업현장에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이들. IMF(국제통화기금) 한파에다 386세대에 떠밀려 사회의 중심세력에서 급격히 소외된 세대. 이들이 요즘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0, 50대를 겨냥한 추억의 문화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1월 KBS '열린 음악회'의 '7080-추억의 그룹사운드'가 큰 인기를 얻은 이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추억의 빅 콘서트 7080 캠퍼스 밴드' 공연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9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추억의 낭만 콘서트'에는 수만명의 중년 관객들이 운집, 이에 고무된 주최측이 목하 지방 순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TV의 '콘서트 7080', 라디오의 올드팝 프로그램 'Yet Pop 7080'에다 양희은의 '아침 이슬' 등 70년대 히트곡을 담은 음반 '명작 7080'이 나왔고, '난타' 제작사는 7080노래를 담은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왕년의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 DVD까지 출시됐다.

○..."7080을 파고들어야 돈 번다"는 인식에 따라 추억 마케팅은 확산일로 추세. 한 유명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광주에서 마련한 '7080 콘서트'는 대거 몰려든 중년들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여행업계에서는 '7080 스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새상품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데모와 최루탄, 그러나 청바지와 통기타,생맥주의 낭만도 어우러졌던 70년대, 또한 교복자율화로 상징되는 80년대. 모든 것에 가벼움이 넘쳐나는 요즘, 7080세대의 이 같은 반란(?)은 무엇 때문일까. 가진 것 없어도 정스러웠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가. 아니면 "우리에게도 아직 낭만과 열정이 있다구" 말하려는 건가. 분명한 것은 7080의 힘과 열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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