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전쟁'의 최전선에 지방은행 서울분실이 있다
시중 은행들이 '은행 전쟁'준비에 들어가자 지방은행들도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최근 국민, 씨티, 우리, 신한은행 등이 공언한 '은행 대전'(Bank war)에 대비, 다각적인 전략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그 최전선에서 지방은행들의 서울분실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즈음 각 지방은행들의 서울분실장들은 시중은행들의 조직개편 내용이나 감독당국의 움직임을 파악해 대비책을 세우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은행 서울분실장(지점장급 이상)의 역할은 서울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금융 정보와 금융감독 당국의 움직임을 빨리 파악, 지방에 있는 본점의 경영 전략 수립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지방은행 서울분실장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 지방은행간 공동 현안에 대해 보조를 맞추기도 한다.
박재홍 전북은행 서울분실장은 "각 (지방)은행들이 제각각 수익성을 추구하다 보니까 중점을 두는 비중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안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서울분실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금융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일. 그래서 이들은 최소한 이틀에 한번정도는 금융감독원을 방문하고 다른 은행 관계자들과 만난다.
은행 전쟁을 앞둔 각 은행들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홍보실장의 역할도 마다하지않는다.
본점이 지방에 있다는 점에서 중앙언론과의 홍보업무는 서울분실장이 도맡고 있다.
박인규 대구은행 서울분실장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데도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방은행이 전체 여신 중 중소기업 대출 60%를 지키도록 한 규정을 대표적인 차별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차입금리에 대해 우대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그같은 혜택을 없앤 만큼 규제도 풀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분실장의 또 다른 역할은 은행권의 각종 회의에 대신 참석하는 일이다.
본부부서장이 참석해야 하는 각종회의에 참석하느라 전체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서울분실장의 장점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수시로 서울로 와야하는 은행장들의 비서실장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구은행의 경우 이화언 수석부행장이 지난 87~88년 서울분실장을 지냈고 홍우표 서울주재 부행장(자본시장본부장겸임)도 95~96년, 하춘수 부행장도 98~99년 서울분실장을 각각 지냈다.
서울분실장이 그만큼 '요직'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이후 지방은행은 한때 10개가 넘었지만 IMF 위기 이후 상당수가 시중은행에 퇴출·합병되거나 지주회사로 편입돼 이제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3개만 남아있다.
살아남은 이들 3개 지방은행은 내실있는 경영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골머리를 앓고있는 카드채 부담에서도 벗어나 있는 등 자생력을 갖추고있다.
지방은행들이 그같은 생존력을 유지하는데는 서울분실의 역할이 한 몫하고 있다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않고 있다.
서울분실 체제는 3개 지방은행외에 지주회사에 묶인 광주, 경남, 제주은행도 운영하고 있는데 예전에 지방은행 서울분실장들은 매주 화요일 정례적인 모임을 가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모임을 갖는 등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분실을 비롯한 서울지역의 지점들이 자본시장에서 하는 역할도 적지않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이전 10여개의 지점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강남역, 서초, 서울지점, 기업여신센터 등 4개지점만 두고 있고 부산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은 각각 3개씩,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1개의 서울지점을 두고 자본 중개기능을 하고 있다.
또 서울지점들은 서울에 금융시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팀을 구성,서울에서 외환관리와 증권 등 금융자산관리를 하는 등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방은행 본점에는 국제금융팀, 외환지원팀,증권운용팀 등이 운용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사진: 대구은행 지점내 서울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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