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너만 놔두고 가서…", "언니! 보고싶었어." 6.25전쟁때 대구로 피난왔다 1959년 동구 신암동에서 헤어졌던 두 자매가 45년이 지난 17일 오후 달서구 이곡동 세인트웨스튼 호텔에서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거의 반세기가 지나 만난 두 사람은 10분가량 서로 부둥켜안고 한많은 세월을 토해냈다.
동생 김점순(66·달서구 이곡2동)씨는 "지난 밤 한숨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언니 점이(68·경기도 과천시)씨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이렇듯 살아서 만나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끝없이 흐르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줬다.
두 자매가 헤어진 것은 점이씨가 부득이한 이유로 남편과 함께 상경하면서 동생을 대구에 살던 집에 혼자 남겨두고 떠났기 때문.
이후 점순씨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두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으며 살아왔으며 결국 두 남편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나 10년 넘게 홀몸노인이 되어 단칸방에서 불행한 나날을 보내야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1급)인 점순씨는 정부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삶을 살아오다 이곡2동사무소 손모(7급) 생활보장 담당자의 도움으로 45년만에 피붙이를 다시 만나게 된 것.
손 담당자는 "혼자 사시는 점순 할머니를 담당하면서 혹시 가족이 있나 살펴본 뒤 지난달 말 언니가 사는 곳을 어렵게 찾아냈다"며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30분가량 눈물로 대화를 나눴던 두 자매는 힘들었지만 사이좋게 지내왔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 시작하면서 얘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동생 점순씨도 눈물샘이 말랐는지 언니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때 그모습이 아직 남아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먼 길을 달려온 점이씨와 뜬눈으로 밤을 지샌 점순씨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를 한 뒤 함께 동생네 집으로 향했다.
두 손을 꼭 잡고 두 자매는 "이제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헤어진 지 50여년만에 가족을 만난 김점순(왼쪽)씨가 언니 김점이씨를 보자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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