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밝은 세상-한밤중 상처입은 취객 보호

경찰도 놀라게 한 슈퍼주인

경찰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고마운 마음에 그 사람을 소개한다.

19일 새벽 2시30분경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성서주공1단지 앞에 술에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술에 만취된 상태로 인도 위에 앉아있었다. 손이 차가운 것으로 보아 한참을 그곳에 그 상태로 있었던 듯했다. 입이 얼어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분증이 될만한 것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길 건너 있는 슈퍼집 주인을 불러 인근 아파트 거주자인지 확인부터 하니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단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까지 확인이 되었으나 뒤통수에서 목까지 피가 흘러내린 흔적이 보여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 구급차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구급차는 오자 말자 이런 사소한 것은 경찰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구급차를 불렀다며 그 자리를 바로 떠나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슈퍼 주인과 함께 그 사람을 부축해 아파트 경비실로 찾아가 몸을 녹이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려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 또 다른 신고 처리를 위해 한시간이 넘게 경찰과 함께 고생을 한 슈퍼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요즘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나서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도 경찰인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준 그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권기창(대구시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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