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크리스마스 선물

가난하지만 서로를 끔찍히도 아끼는 부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두 사람은 고민에 빠진다. 선물 살 돈이 없어서다. 궁리 끝에 아내는 황금폭포같은 머리채를 팔아 시곗줄을 사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산다. 기쁨으로 설레던 부부는 이내 그렇게 마련한 선물이 소용없게 된데 놀란다. 하지만 아내는 "내 머리카락은 하나하나 셀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신에 대한 나의 애정은 누구도 셀 수 없을 거에요"라며 남편을 위로하고, 남편은 "우리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나 엽시다"라며 즐겁게 말한다. '가장 좋은 선물' 은 '진정한 사랑'임을 말해준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 하나쯤 받았으면…" 싶어진다. 크리스마스의 동화적인 분위기가 세파에 찌든 어른들 마저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일게다. 값 비싸고 화려한 것 보다 오 헨리 소설 속의 델라와 짐처럼 작더라도 마음이 녹아있는 선물이 더 의미있게 와닿는다.

◎…전세계의 산타클로스들이 흰 눈썹을 휘날리며 동분서주 할 때다. 한데, 산타클로스들의 형편이 예전같지 않은가보다. 그린랜드의 산타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편지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 보조가 끊겨 답장할 우표값이 없어 울상이라 한다. 산타들로 인한 웃지못할 사건들도 속출하고 있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를 훔치던 산타가 경찰에 붙잡혔고, 영국의 대규모 산타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일부 산타들은 선술집에서 난투극을 벌여 5명이 철창에 갇혔다. 또 프랑스에선 사탕을 더 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하여 산타가 10대 소년들로부터 두들겨맞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적 산타'보다는 여전히 '굴뚝을 타고 선물을 주러 오는' 산타가 훨씬 많다. 아이와 어른들이 산타로부터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에 대한 조사결과가 재미있다. 초등교육 전문사이트 에듀모아가 초교생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답게 30.6%가 휴대전화, 16.8%가 MP3플레이어, 12.3%가 게임CD나 게임기 등을 꼽았다.

◎…반면 유비글로벌의 국제미팅사이트를 통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은 46.3%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의 재산'을, 일본인은 39.8%가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 있는 연인'을 꼽았다. 유쾌한 상상과 동심을 선물하는 그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는 즐거운 날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