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이안면 여물리. 해만 떨어지면 인적이 끊기는 이곳에도 성탄의 기쁨은 넘쳤다. 싸락눈이 흩뿌린 24일 밤. 이곳 외딴 마을 '작은 교회'에는 성탄축하 촛불이 밝혀졌고 성가가 울려나왔다.
천주교 안동교구 함창본당 소속 여물공소 신도 할머니 6명이 마련한 성탄축하예배다. 전체 신도가 70, 80대 할머니 11명이지만 이날 예배는 6명만이 참석했다.
"이런 시골에 크리스마스라고 별거 있나. 전부 노인들만 사는데…."라고 말하는 공소회장 최두리(81) 할머니. 그런 무심한 듯한 할머니의 말과 달리 작은 교회 안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분위기가 넘쳤다.
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조명을 달 수 없지만 교회 한쪽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웠다. 서툰 할머니들의 손으로 단 장식은 어느 것 못잖게 정성스러웠다.
얼음장 같은 마룻바닥에 앉아 올리는 예배는 경건했고 촛불은 어느 행사 못잖게 세상을 밝혔다.
여물공소는 40년이 넘은 건물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홍필남 할머니가 70세. 최고 연장자인 김예출 할머니가 86세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만 신부님이 찾아온다. "30,40년 전에는 이 마을에도 100가구가 넘게 살았고 신자 수도 60명을 헤아렸지.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씩 큰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은 세상을 뜨더니 결국 우리만 남더라고."
할머니들의 기도는 소박했다. "공소에 전기나 들어왔으면 좋겠어. 저녁에 모여서 기도하고 시간도 보내면 좋겠는데 불빛 한 점이 없으니 원…."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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