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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세 며느리의 궁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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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옛날에 며느리 셋을 둔 시아버지가 살았어. 아들 삼형제를 다 키워서 장가를 보내니까 며느리가 셋이나 들어온 거야. 그래서 셋 다 세간을 내 줬어. 제각각 살림을 차려서 따로 살게 해 줬단 말이지.

그렇게 살다가 시아버지가 나이를 자꾸 먹으니까 재산을 물려줄 요량을 했어. 그런데 이걸 누구한테 물려줘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누구든지 궁냥이 넓고 살림을 야무지게 잘 하는 며느리한테 물려주고 싶은데, 셋 중에 누가 나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거든.

그러다가 한번은 시아버지가 먼 길을 가게 됐어. 가서 석 달 뒤에나 돌아오게 됐지. 그래서 시아버지가 이 겨를에 세 며느리 궁냥을 시험이나 해 보자고 마음먹었어. 곳간에서 쌀 서 말을 퍼내 가지고 세 며느리한테 각각 한 말씩 나눠 줬지. 그러고는 단단히 일렀어.

"얘들아, 잘 들어라. 나는 지금 가서 석 달 뒤에나 돌아올 것이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 쌀 한 말씩을 가지고 살도록 하여라. 무슨 수를 쓰든지 이 쌀 한 말로 석 달을 버텨야 한다."

그래 놓고 시아버지는 가버렸어. 남은 세 며느리는 그 때부터 쌀 한 말을 가지고 석 달을 사는 궁리를 하느라고 야단이 났지.

큰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는 어떻게든 쌀을 아껴 먹을 궁리만 했어.

'쌀 한 말로 석 달을 버티자면 한 달에 서 되 서 홉씩만 먹고 살아야겠네. 그러자면 하루에 한 홉을 넘겨서는 안 되겠구나.'

이렇게 셈을 해 가지고, 쌀을 한 홉씩 봉지에 넣어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아 놨어. 그래 놓고 하루에 한 봉지씩만 떼어 가지고 먹고 사는 거지. 그러자니 날마다 멀건 죽만 끓여 먹고 살아. 안 그러고는 쌀 한 말로 석 달을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러느라고 큰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네 식구들은 아주 죽을 고생을 하고 살았어.

그런데 막내며느리는 무슨 꿍꿍이속인지 첫날부터 쌀 한 말을 몽땅 다 퍼내 가지고 떡을 하네. 아주 푸짐하게 떡을 해.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은,

"아이쿠, 저렇게 살림을 헤프게 살다가는 열흘도 못 버티겠는걸."

하고 걱정을 했지만, 정작 막내며느리는 태연하지. 어쩌나 했더니 그 떡을 함지에 넣어 이고 장에 가는 거야. 장에 가지고 가서 파는 거지. 떡을 죄다 파니까 쌀 한 말 값을 빼고도 돈이 좀 남거든. 그걸 가지고 또 쌀을 샀어. 그걸로 또 떡을 해서 내다 팔았지. 그렇게 떡을 해서 내다 팔고, 남는 돈으로 또 떡을 해서 내다 팔고, 이렇게 하니까 쌀 한 말은 고스란히 그냥 남고 그 나머지 돈으로 너끈하게 살 수가 있지. 떡도 하고 밥도 하고 고깃국도 끓여서 배불리 먹으면서 말이야.

석 달이 지나 시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보니, 큰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네는 온 식구가 굶느니 먹느니 하느라고 부황이 들어서 죄다 얼굴이 누렇게 떠 있는데, 막내 며느리네는 온 식구가 아주 부옇게 살이 올라 있네. 어찌된 일인가 물어 보고 들어 보니 앞뒤 사정을 알겠거든.

"옳거니, 이제 보니 막내며느리 궁냥이 제일이로군."

하고, 재산을 모두 막내며느리한테 물려 줬대. 막내며느리는 그 뒤로 재산을 많이 늘려 가지고 큰집 둘쨋집도 나누어 주고, 그렇게 우애 있게 잘 살더라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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