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효목1동의 한 옥탑방.
찬바람을 겨우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단칸방에 뇌병변장애 1급인 강정완(4)군이 어머니 안미옥(46)씨의 보살핌을 받으려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지탱해나가고 있다(본지 8월 11일자 29면 보도).
취재진이 지난 10월 이들에게 성금 130만 원을 보내준 기독교 장로교 동대구노회 청·장년연합회 전 회장 설홍대(47)씨와 함께 정완이네 집을 찾았을 때 정완이는 약을 먹고 잠들어 있었다.
대뇌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세 차례의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진 정완이는 식도에 상처가 나 배에 구멍을 뚫고 위장으로 호스를 삽입, 그 호스를 통해 특수분유를 먹고 있다.
목에도 숨을 쉬기 위해 구멍을 뚫고 호스를 통해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야 하는 것은 전과 마찬가지.
하지만 어머니 안씨의 얼굴은 지난 8월보다 한결 밝아져 있었다.
주위에서 아이를 포기하라고 해도 이를 악물고 버텼던 안씨는 "힘들어 할 때 성금이 큰 힘이 됐다"면서 "여전히 형편은 어렵지만 온정의 손길로 용기를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일신문에 정완이의 사정이 보도된 뒤 독자들이 보내온 510여만 원의 성금은 생활보조금 50만 원에만 의지하고 있는 안씨에겐 큰 도움이 됐다.
안씨는 전달받은 성금으로 정완이의 배와 목부분에 달려있던 낡은 호스를 교체했고 특수분유비(두달에 36만원), 겨울 난방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9월말 정완이가 갑작스런 폐렴 증세로 한달여동안 병원에 입원, 생사의 갈림길을 오갈 때도 성금은 요긴하게 쓰였다.
현재 정완이는 팔다리만 약간 떠는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늘 정완이 곁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안씨.
"정완이 기분이 어떤지, 배가 고픈지 느낌으로 알 수 있어요"라며 '지난번 오셨을 때보다 몸무게가 4㎏ 늘었다', '키가 더 자랐다'는 등 자랑하다가도 현재의 처지를 말할 때면 목소리가 떨렸다.
"매일 말썽을 피워도 좋으니 한번이라도 '엄마'라는 말을 들어봤으면…"이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정완이와 작은 단칸방을 둘러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설씨는 "신문보도를 통해 정완이의 사정을 알고 회원들이 모금한 돈을 전달하게 됐다"면서 "정완이가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정완이의 손을 붙잡고 건강한 몸을 되찾기를 기도했다.
"많은 분들의 관심 덕에 내년에는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며 정완이가 건강을 회복하기 만을 바라는 안씨는 현재 영세민 아파트에 입주 신청을 해놓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지난 여름 보도된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인연을 맺은 후원자 설홍대(오른쪽)씨가 24일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강정완(4)군의 집을 찾아 어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