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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한국영화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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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한국영화의 침체 분위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이맘때쯤 1천만이라는 꿈의 숫자에 조금씩 다가가며, 짜릿한 행복을 느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이번 주 극장가에는 지난해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한 한국영화 두 편이 눈에 띈다.

한국영화 부활의 전주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키다리 아저씨

13일 개봉하는 '키다리 아저씨'(공정식 감독)는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연인이나 가족끼리 손 꼭 잡고 볼만한 영화다.

사랑을 위한 이 영화는 그래서 주인공인 하지원과 연정훈의 순수한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면서 박은혜-현빈의 해바라기 사랑, 신이-정준하의 운명적인 사랑 등 또 다른 커플의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 가슴 속에 숨겨진 사랑에 대한 추억을 일깨운다.

소녀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멋진 왕자, 바로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진부한 스토리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동화 원작의 큰 틀을 그대로 빌려왔지만 영미(하지원)가 우연히 발견한 이메일 속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적절히 녹이면서 원작과는 다른 맛을 보여준 느낌이다.

게다가 이미 물이 오를 만큼 오른 하지원의 연기가 절정에 다다르는,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가 밝혀지는 막판 반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 이미 브라운관에서 그 매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연정훈도 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또 신이와 정준하는 개성 있는 커플로 영화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객석의 공감을 자아내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로 데뷔전을 치른 공정식 감독의 "여백이 많은 영화이니 관객 스스로의 감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을 수 있기를 부탁한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영화의 여운과 관객 스스로의 사연이 겹쳐질 때 영화는 깊은 공감을 얻으며 특별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13일 개봉, 상영시간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몽정기2

'키다리 아저씨'가 순수한 사랑과 보살핌을 그린 순수파 영화라면 '몽정기2'는 여고생들의 발칙한 성적 호기심을 그린 성장 코미디이다.

지난 2002년 개봉했던 15세 소년들의 묘한 성 심리를 리얼하게 재현해 성공을 거뒀던 '몽정기'의 속편으로 이번엔 나이를 두 살 올린 17세 여고생들의 솔직한 성에 대한 호기심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영화는 우리 영화로는 처음으로 10대 소녀의 성을 전면에 끌어왔다는 기대와는 별도로 무척 난감한 영화이기도 하다.

10대 소녀들도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이 영화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경우 이미 개방된 10대들의 성과는 거리가 먼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다를 바가 뭐가 있느냐는 반박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

물론 '몽정기2'의 전면에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10대들의 성에 대한 만만찮은 문제가 깔려있는 등 뭔가 메시지를 주고픈 감독의 고민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메가폰을 잡은 정초신 감독은 "여성들이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를 그렸고, 여성들이 직접 말한 소재를 영화화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지만, 이 영화 어디에도 과거의 추억에 오롯이 잠기거나 학창시절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은 조숙해서 그럴 것이라고 넘기기에 1991년이라는 시대 배경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지금보다 개방적이라고 보기 힘든 그 시절 소녀들이 오이에 콘돔을 끼워 만지작거리고, 화장실에서 "선생님과 섹스하고 오면 그를 포기하겠다"라는 내기를 했을까? 의문이다.

전편의 흥행 성공에 대한 부담과 남자 감독으로서 여성의 성을 풀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이 영화를 잡는 족쇄인 듯. 기대치를 낮추고 스크린을 대하면 나름의 재미와 '신비'한 여고생들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관객이 남자라면. 14일 개봉, 상영시간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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