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을 두고 암수를 구분했을까.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쫑긋 솟은 말의 두 귀(馬耳)를 닮았다. 암마이봉(673m)과 숫마이봉(667m)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 용각봉, 돛대봉, 문필봉이라고도 부른다. 특이한 지형으로 인해 봄에서 가을까지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때는 신비의 산을 찾는 인파에 떠밀려 다니기 일쑤다. 때문에 마니산도 겨울에 찾아야 제맛이다.
볼거리가 더 많다는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몇 걸음 들어서면 상인들이 아무 말 없이 인사를 건넨다. 엉겁결에 답례를 하지만 이유는 내려올 때라야 알 수 있다. 이 지역 향토 음식인 애저(새끼돼지)와 흑돼지 삼겹살을 굽는 냄새는 하산 길의 배고픔을 참지못하게 만든다.
금당사와 마이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둔 탑영제를 지나면 탑사에 이른다. 막돌로 쌓은 돌탑들이 반긴다. 사진을 통해 봐왔던 풍경이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기 바쁘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왼쪽 바위산이 암마이봉이다. 폭격을 맞은 듯 움푹 팬 특이한 모습이 코앞에 있다. 풍화'침식 과정에서 생긴 타포니(Tafoni)지형이라고 한다. 마이산의 바윗덩어리는 자갈이 섞인 돌인 역암(礫岩)이다. 콘크리트 덩어리와 흡사하다. 큰 돌과 자갈 등이 레미콘과 뒤섞여 단단히 굳어버린 형태다. 약 1억년전 퇴적층이 쌓인 호수바닥이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라 생겼다.
탑사의 돌탑 오른쪽을 돌아 5분만 오르면 거대한 코끼리 모양의 숫마이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찍기에 한눈을 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제서야 아담한 절이 눈에 들어온다. 은수사다. 전문사진사가 터를 잡고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곳인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천황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북부주차장까지는 불과 500m. 넘어가거나 오던 길을 되돌려 남부주차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서쪽 암마이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지난해 10월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2014년까지 폐쇄됐다. 폐쇄된 구간은 천왕문~암마이봉 0.9㎞와 천왕문~물탕골 0.6㎞ 등 2개 노선.
아쉬운대로 숫마이봉 중턱에 있는 화엄굴을 오를 수밖에 없다. 화엄굴은 가파른 계단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많이 찾는다. 숫마이봉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굴 안에서 암마이봉을 보고 있으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저곳을 다시 오르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할 텐데. 여행문의=063)430-2227(진안군청 문화관광과).
◇가는 길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장수IC에서 나간 후 국도 26호선을 타고 진안읍까지 간다. 진안읍내에서 '마이산'으로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가면 북부주차장이다. 남부주차장으로 가려면 진안군청에서 전주방면으로 가다가 오거리에서 마령방면으로 30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진안까지 아침 7시24분 첫 차를 시작으로 하루 10여 차례 버스가 다니며 진안에서 대구행 막차는 오후 6시15분에 있다. 문의=063)433-2508(진안 시외버스터미널).
진안~북부 마이산행 버스는 30분 간격, 진안~남부 마이산은 오전 9시50분과 12시50분 등 하루 4회 왕복한다.
◇들러볼 곳=마이산 남부주차장 앞에 있는 이산묘에는 단군, 조선태조대왕, 세종대왕, 고종황제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대한광복기념비'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비석도 볼만하다. 자가운전이라면 진안읍 북쪽에 있는 용담댐 순환도로가 좋다. 전주와 군산 등지의 식수공급을 위해 지난 2001년 완공한 용담댐 산허리를 끼고 굽이치는 60㎞ 호반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중간 중간 물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향정을 세워둬 호수를 조망하기에 좋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숫마이봉 중턱에 있는 화엄굴. 사철 석간수가 흘러나오는 석간수는 겨울 동안 얼어붙었다. 앞쪽은 암마이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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