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東方禮儀之國'

'군자(君子)는 남이 보지 않을 때도 스스로의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을 보면, 이는 옛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심지어 무례를 깨닫고도 바로잡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젊은 부모들은 공공장소에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나무란다고 '기죽인다'며 화를 내고,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고 오면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이 정도라면 이젠 부모들부터 각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는 '예절'은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미덕이다. 옛날과는 여러 가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자랑 삼아온 그 근본정신이 흐트러져선 안 된다. 남에 대한 배려 없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도 그렇거니와 모두가 '나 혼자 최고가 되겠다'는 가치관으로 다투는 사회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 안동 도산서원(陶山書院) 선비문화수련원이 전통 예절을 바로 알고 실천할 지도자를 기른다고 한다. 이 수련원 부설 전통예절교육원(대구)은 언어예절과 전통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의미 등을 가르치고 실습을 곁들이는 무료 지도자 교육 과정을 두고, 다음달 5일까지 교육생을 뽑게 된다. 이 교육 과정에는 서원'종가 등 유교문화권 탐방 등도 들어 있다.

◇ 매주 토요일 3시간씩 9개월 간 이뤄지는 이 교육 과정을 마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전통예절지도자' 자격증을 받게 된다. 이완재(영남대 명예교수) 이정화(숙명여대 강사) 박사, 이동후 이 교육원 원장 등이 강의하며, 대구'경북 지역 시장'군수 등의 추천을 받아야 수강할 수 있다. 전통 예절도 자격증 시대가 열린 셈이지만, 옛 예절뿐 아니라 오늘날 예절을 30% 정도 가르친다니 기대된다.

◇ 예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줘야 튼실해질 수 있다. 좋은 건 상대에게 먼저 권하고, 누구든 꺼려하는 건 솔선수범하며, 힘들 때는 서로 돕는 미덕,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정신은 분명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져 왔다. 도산서원의 예절 지도자 양성을 계기로 어른들부터 그 '옛 칭송' 회복에 나서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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