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고교들이 높은 학력을 보이고 대학입시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두는 데는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 자체가 높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초·중학교 때부터 이미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이는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입학 때 학력 평가에서 대구의 상위 1천 명 가운데 500명 이상이 수성구 고교 신입생"이라며 "이 학교들이 서울대 합격자의 절반을 배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초등학교 단계에서 시작된다.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대구 학력평가에서 학급마다 만점자가 10~20명씩 나왔는데 다른 지역은 학급에서 많아야 5명 이내라고 해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몇 년 사이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 초등학교 학력이 급격히 높아져 중학교 신입생들의 수준도 덩달아 올라 인기 학교가 됐다"라고 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차이는 더 현격해진다.
지난해 대구의 여러 지역에서 신입생을 받은 수성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수성구의 중학교 출신은 대부분 석차를 유지하지만 다른 지역 출신들은 급격히 떨어진다"라며 입학 성적과 1학기말, 1학년말 성적 비교표를 보여줬다.
"입학 때 중학교 내신 점수로 전교 20등 안쪽이던 동구 출신 학생이 1학기말에는 200등으로 떨어졌습니다.
또 다른 중학교 출신의 한 학생은 입학 때 30등 안쪽이었는데 150등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 그는 고교 입학 후 석차가 몇 배나 떨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공부에 흥미를 잃는 학생이 많아 성적을 회복하는 경우는 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입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교실 내 학력 편차도 그만큼 작기 때문에 수업 효과가 높아진다는 측면에서도 수성구 고교들은 유리하다.
달서구의 한 고교 교장은 "98학년도부터 연합고사가 폐지된 후 더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연합고사로 인문계 고교에 합격하는 비율이 수성구 중학교의 경우 85~90%에 이르렀으나 성서지역은 45%선, 달성군은 25%선 등으로 극심한 차이를 보였는데 중학교 내신성적만으로 진학하다 보니 수성구 외 지역의 입학생 학력 편차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수업의 눈높이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라며 "중학교의 학력 격차를 줄이지 않는 한 일반계고의 정상 교육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초·중학교 때의 학력 격차는 가정에서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흔히 이야기된다.
고교에서의 성적을 좌우하는 기초 실력이나 학습 습관은 초·중학교 때 형성되는데, 이때 적절한 과제나 성취감 등을 통해 학습 동기를 어떻게 유발시키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갖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다.
수성구가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것은 초·중학교 때부터 학부모들이 이 같은 점에 주목해 일찍부터 사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부채질하는 건 학교로 비쳐진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고입 내신성적 때문에 평가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학생 학부모 김모(43·대구 시지동)씨는 "기말시험에서 아이가 영어 한 문제를 틀렸는데 전교 석차가 50등을 넘었다"라며 "만점을 양산하는 학교 공부를 통해서는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실력 쌓기가 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중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시키지 않는 분위기가 너무 오래 됐다"라며 "같은 100점이라도 실제로는 1천점 실력인 학생이 있고 100점 실력인 학생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학부모의 열성에 따라 중학교 때부터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기초 학력도 못 갖추는 학생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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