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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자살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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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비련의 주인공 베르테르가 권총자살을 한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이 전염이라도 된 듯 비슷하게 자살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이름 붙였다. 지난주 한 설문조사 결과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에 네티즌 100명 중 6명이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자살이 자살을 부른다는 작은 단서다.

○…이은주의 자살에 동조 자살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러나 유명인사에 의해 유발되는 '베르테르 효과'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자살 도미노는 위험수위다. 2003년 자살자 1만932명. 인구 10만 명당 22.8명으로 48분마다 1명, 하루에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2년 기준으로 지난 10년 간 인구 10만 명당 연평균 18.1명이 자살해 OECD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 핀란드, 일본에 이어 4위였으나 자살 증가율은 1위다.

○…지난해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잇단 한강 투신이 충격을 줬다.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남지사, 이준원 파주시장, '쓰레기만두' 파동에 휘말린 한 만두회사 사장도 한강에 뛰어 들었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 투신, 한강의 악몽을 되살렸다. 한강은 아니어도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등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엔 이은주의 자살이 쇼크를 더한 가운데 일반 서민들의 자살이 유난히 늘고 있다. 대구에서도 이런 불행한 소식이 줄을 이어, 지난 1일 달서구 두류동에서 40대 남자가, 2일엔 달서구 본리동 30대 주부가 집에서 목을 맸다. 3일에는 서구 평리동 30대 주부가 농약을 마셨고 같은 동네 40대 남자는 집에서, 동구 율하동 60대 남자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모두가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다.

○…보건복지부가 자살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정신보건 센터'를 오는 2008년까지 246개소로 확충하는 등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우울증 상담치료율을 지난해 26.8%에서 올해 30%, 2010년 50%로 높여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률을 올해 20.5명, 2010년 18.2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무슨 일을 못하랴 마는, 그 기본은 생활고를 덜어줄 경제회생과 온정이 넘치는 복지 세상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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