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산골 일본인 효부 하라다 히로꼬(43)씨

뇌졸중 시어머니 10년 병수발…효부상 두번이나 수상

"어머님이 계시던 방에 들어가거나 벽에 걸린 영정을 보면 눈물이 나요. 어머님이 보고 싶어요."

경북의 최북단인 봉화군 소천면 분천3리의 산골마을로 시집 온 일본인 며느리 하라다 히로꼬(43)씨의 극진한 효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8일 만난 히로꼬씨의 눈망울엔 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스쳤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995년 일본 군마현 마애바시 시에서 두메산골 장형운(44)씨에게 시집 온 그녀는 이듬 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어머니(권천복)가 지난해 83세로 작고할 때까지 정성을 다해 섬겼다.하라다씨는 4남매를 키우며 병석의 시어머니 기저귀 빨래와 농삿일까지 1인3역을 묵묵히 해냈다. 15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그녀는 "가정이 편해야 모두가 편하지 않습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밭에 나가 일하고 돌아오면 어머님이 볼일(?)을 보시고는 며느리 편하게 한다며 온 집을 더럽혀놨어요. 그렇지만 어머님이 오히려 고마웠어요. 항상 어머니는 제 손을 잡고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했어요." 어머니 영정 사진을 내 보이며 또 눈물을 비쳤다.

마을 이장 홍운표(58)씨는 "요즘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10년 병석에 누워있는 시어머니 대, 소변 받아 내면서 얼굴 한번 찡그리는 법 없고 자식 4남매 잘 키운 장한 며느리 아닙니까. 봉화의 효녀 심청입니다"라며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하라다씨의 그런 효행에 대해 1997년 봉화군 노인회가, 98년에는 봉화군이 효부상을 주었다.강석일(53)봉화군 소천면 총무담당은 "며느리의 극진한 간호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시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5년을 더 살다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남편 장씨는"애 놓고 시어머니 병 수발하느라 몸 조리 한번 못했는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불평불만없이 열심히 살아줘 너무 고맙다"며 애써 눈물을 감췄다. 하라다씨는 "8 남매 중 6 번째인 남편이 부모를 모셨고 농사일 외에 산판일과 산불 감시원일을 했다"며 오히려 남편을 추켜 세웠다. 하라다씨는 "봄이 오면 뒷산의 시어머니 묘소를 자주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 : 하라다 히로꼬씨가 시어머니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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